전통적으로 비동맹 중립외교 노선을 일관되게 유지해온 멕시코가 유엔평화유지군 참여 등 사상 처음으로 해외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에르네스토 데르베스 멕시코 외무장관은 마드리드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멕시코 사회가 해야할 한가지 질문은 (평화유지군과 관련해) 재정지원만 하고 직접적인 파병은 않는다고 해서 위선자이냐 혹은 아니냐하는 점"이라며 평화유지군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유력 일간 엘 우니베르살이 12일 보도했다. 데르베스 장관은 또 멕시코 군병력 해외 파견은 자국의 전통적인 중립외교 노선으로 그 동안 "금기사항"이었다면서, 그러나 멕시코는 유엔평화유지군 임무와 관련한 재정지원에서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지원을 하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데르베스 장관은 이어 "일부는 우리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나,실제로 직접적인 참여를 하는 수준으로 우리는 파병을 하는 국가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평화유지군에 파견된) 멕시코 군병력은 없으나 멕시코 자금을지원받는 군 병력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데르베스 장관은 과거 `베네수엘라의 친구들' 그룹과 마찬가지로 쿠바 정치사회 조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목적을 가진 `쿠바의 친구들' 그룹의 결성을 제안해 앞으로 멕시코 정부가 국제사회 참여의 정도를 높이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데르베스 장관은 "쿠바 사회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조치를 찾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 수준에서 쿠바의 친구들 국가 그룹을 결성해 협력하는 일은 중요하다"면서 "쿠바에 대한 경제적 봉쇄가 현재 피부로 느껴지지 못하는 점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라며 향후 `쿠바의 친구들' 그룹에 미국을 배제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멕시코 국내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난 발언이 연이어 나왔다. 멕시코 제1야당이자 원내 제1당인 제도혁명당(PRI)의 둘세 마리아 사우리 상원의원은 지금은 멕시코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등 유엔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중도좌파 민주혁명당(PRD)의 안토니오 소토 상원의원은 데르베스 장관의 발언은부적절하다면서 "우리는 군사적 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멕시코 군의해외파병 문제는 상원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야당측의 반발이 잇따라 나오자 데르베스 장관은 이날 해외파병 문제는연방상원이 결정할 사안이자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행정부의 결정 사항이 아니라고 한발 후퇴했다. 비센테 폭스 대통령도 해외파병 문제는 헌법 조항과 함께 멕시코 전통의 외교원칙에 따라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