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 싫어요" 최근 현대중공업과 SK,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근로자들 사이에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과장'이니 '부장'이니 하는 직책이나 명예보다 고용안정과 금전적 실익을 추구하겠다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임단협 상견례에서 정년을 앞둔 근로자들을 '명예승진' 시키도록 돼 있는 현재의 단체협약 조항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승진시키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은 정년을 앞둔 근로자가 승진연한이 됐을 경우 생산직 기원(대리급)은 기장(과장급)으로, 기장은 기감(차장급)으로, 기감은 기정(부장급)으로 각각 승진시켜 기본급 인상 등의 혜택을 준다. 그러나 이 경우 기본급은 인상되지만 과장급 이상이 되면 시간대별 연장근로수당이 제대로 가산되지 않아 급여 총액과 퇴직금에서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자 차라리 승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SK울산콤플렉스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승진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 특히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원이 될 수 없는데다 임금에서도 손해가 많아 대부분 '만년대리'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고졸 사무직이나 생산직 근로자들은 아예 과장 승진시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과장은 노조원 신분이 아니어서 '감원대상 1호'로 낙인될 수 있고 공휴, 잔업,야간수당 등 각종 수당의 가산이 제한되고 주택수당도 없어져 경우에 따라서는 대리때보다 월 수 십만원의 임금손실이 발생한다. 이같은 고용불안과 급여 불이익에다 노동조합 위주의 현장 분위기상 동료들에게서조차 '왕따' 당할 수 있어 차라리 노조의 보호(?) 아래 있는 것이 마음편하다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울산공장의 과장이하 고졸 사무직 1천500여명도 노조원 신분에서 벗어나면 자동차 산업의 경기 여하에 따라 언제 감원 대상에 오를지 알수 없어 승진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SK 한 근로자는 "회사 경영이 노조원 중심이어서 비노조원과 중간간부들이 느끼는 고용불안과 임금손실,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하다"며 "열심히 일해 승진하고 동료와 회사,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풍토와 여건의 조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sjb@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