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경찰서의 B형사과장은 얼마전 잠복근무 중난감한 상황에 닥쳤다. 밤 11시께 용의자의 집 주변에서 함께 잠복근무를 하던 형사의 집에서 "집에 언제 오느냐" 자녀의 전화가 수차례 걸려온 것. 전화를 받은 형사는 B과장의 눈치를 보며 잠복근무에 집중하지 못했고, B과장은결국 잠복근무자를 바꾸고 집으로 돌려보내야만 했다. `수사의 꽃'으로 불리던 일선 경찰서의 강력반 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C경찰서의 형사과장은 베테랑 형사들이 강력반 근무를 꺼리자 최근 `경찰관이라면 한번쯤 강력반을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호소를 담은 홍보전단까지 만들어 경위 이하 직원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C경찰서의 형사과장은 "강력반에서 내보내 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어 고민"이라며 "능력이 있는 형사도 강력반에서 나가려고 수동적인 업무만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D경찰서의 경우 6개 강력반원 36명 가운데 초임순경과 강력업무 경력이 전혀 없는 이른바 `초짜' 형사가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순찰지구대 근무자들이 수사를 주도해야 할 본서보다 수사력이나 업무처리능력이 뛰어나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게 이 경찰서의 고민이다. 이 경찰서의 형사계장은 "경험이 풍부한 형사들이 지구대 업무를 선호하다보니내부사정을 모르는 초임순경들만 강력반에 몰리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강력반 공동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력반 기피 현상은 정책적으로 지난 3∼4년간 대민업무에 `접점'인 지구대에대한 지원과 투자가 집중돼온 반면 강력반 등 형사부분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일선 경찰서의 분석이다. 지난해 8월 파출소 3∼4개가 지구대로 통합돼 `3부제 근무'로 전환되고 나서 지구대의 근무강도가 한결 낮아졌다는 것도 강력반 기피의 주원인이라는 것. E경찰서 관계자는 "강력반 근무와 지구대 근무가 같은 외근업무로 분류돼 수당면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수사부담이 없고 출퇴근 시간이 보장되는 지구대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력반에서 강력범을 잡으면 당연한 일이고 지구대에서 잡으면 특진과 표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잦은 야근과 잔무에 시달리는 강력반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F경찰서 형사과장은 "현장에서 뛰어야 할 젊은 경찰관들이 승진 시험공부를 할수 있는 내근부서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강력반 직원들에 대한 인사상 혜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