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영국 병사들은 명확한 위협이 없는데도 몇차례 상황에서 8살짜리 소녀 등 이라크 민간인들을 살해했다고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가 11일 주장했다. AI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힌 뒤 영국군은 자국 병사들이 이라크 민간인들을 살해한 사건 상당수에 대해 아예 조사를 하지 않았으며 현재 진행중인 조사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영국군의 민간인 살해 주장은 지난 2월과 3월 이 곳을 방문했던 AI의대표단의 조사에 따른 것이다. 대표단은 당시 총격 희생자의 가족들과 목격자, 이라크 경찰, 연합군 임시행정처(CPA) 관리들을 만났었다. AI는 그러나 영국군에 의해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의 수에 대해서는 추정할 수 없다면서도 킹스 연대 1대대의 한 병사가 지난해 8월 카르마트 알리라는 마을에서 8살짜리 소녀인 하난 살레 마트루드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목격자 미즈헤르 자바르 야신은 AI 조사원들에게 한 병사가 60야드(55m 정도) 거리에서 하난을 정조준한 뒤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또 이 병사가 소속돼 있는 부대도 영국군 순찰대에 돌을 던지던 폭도들을 향해 경고사격을 가한 후 몇분 뒤 하난이 복부에 중상을 입고 쓰러져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고 AI는 전했다. AI가 공개한 영국군 부대의 편지내용에는 "이 부상이 경고사격의 결과일 가능성은 있으나 확인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가능성은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AI는 또 무장단체들도 영국군이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남부에서 이라크인 수십명을 살해했으며 아마도 수백명이 살해됐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이같은 살해사실에 대해 언급하는 것 조차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인들은 영국군이나 이라크 경찰이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별로 믿지 않는다고 AI는 주장했다. AI 영국지부의 케이트 앨런 소장은 이와 관련, "영국에서는 이라크 남부는 비교적 안전하고 치안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별다른 제재 없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는 무장세력의 공포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AI의 보고서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아직 이들의 주장에 대해 정밀검토를 하지 않았다면서 제기된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예정된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답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dpa.AP=연합뉴스)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