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편지를 쓴다."(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중에서) 청마(靑馬) 유치환(1908∼1967)의 시 '행복'에 나오는 우체국이 '청마우체국'으로 개명이 추진된다. 10일 통영문인협회에 따르면 청마의 작품속에 나오는 통영우체국이 최근 무전동새청사로 옮겨감에 따라 현재의 건물을 '청마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3층에는 청마와 관련한 문화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문인협회는 이같은 계획안을 최근 통영우체국과 논의를 벌였으며 우체국측은 정보통신부와 협의해 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통영우체국은 청사이전과 동시에 기존 청사 1층을 통영 중앙동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꿔 우체국 업무를 계속 하고 있으며 3층은 비어 있는 상태다. 이 우체국은 '행복'에서 보이듯이 청마가 당시 통영에서 교사생활을 했던 여류시조시인 이영도(李永道.1916~1976)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5천여통의 연서를 보냈던유서깊은 현장이다. 1967년 청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이영도는 그해 그동안 청마로부터 받은 시와 편지를 모은 그 유명한 서간시집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간행, 그때서야 두 사람의 사랑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통영문인협회는 우체국 개명이 이뤄지면 3층을 임대해 청마서적과 유품 일부를전시.판매하고 매년 10월께 우체국을 중심으로 '청마 추념 편지쓰기 대회' 등을 열기로 했다. 청마 추념 편지쓰기 대회는 청마우체국앞 우체통에 넣은 편지를 접수해 수상작을 선정하는 행사로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여 전국적인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영문인협회 관계자는 "우체국의 이름변경은 우편번호 부여 등 절차상 까다로운 문제가 많다"며 "그러나 청마와 통영우체국과는 밀접한 역사적 관계에 있고 시민들 또한 개명을 한결같이 원하고 있기 때문에 뜻하는 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체국 이름에 인명을 붙인 사례는 국내에 아직 없으며 미국 LA 한인타운내 '6가 우체국'을 '도산 안창호 우체국'으로 명명하는 법안이 지난달 미 연방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상정돼 있다. (통영=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