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지난 3월 국회 정치개혁협상에서 `돈먹는 하마'로 불리는 지구당을 폐지키로 법을 개정하고도 정작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할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 않아 구속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9일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당초 정치개혁 관련입법 개정 취지와 달리 각 정당이 사실상 지구당을 그대로 유지.운영할 수 있게 돼 정치권이 정치개혁협상의 최대 성과로 내세웠던것이 물거품이 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당시 정치개혁협상에 참여했던 각 당의 대표들이 대부분 법률전문가였다는점에서 이를 알고도 법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고의로 지구당 폐지 법조항을 무력화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3월 정치개혁입법시 지구당을 폐지키로 법을 고치고 오는 15일부터는 선거사무소도 폐지하게 됨에 따라 편법으로 지구당을 유지할 경우 단속할 방침이었으나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단속이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각 정당이 지구당을 종전처럼 유지하면서 당원 연락기능이나 조직적으로 당원을 관리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면서 "다만 선거운동기구화할 경우엔 선거법상 사조직이나 유사기관으로 단속할 수 있으나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구당을 유지할 경우 정당법 43조 `유사명칭 등 사용금지'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조항의 경우 시민단체나 사회단체가 정당명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조항이기 때문에 지구당에 적용할 경우 논란이 클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법개정시에는 지구당 폐지를 전제로 선거 때 각 선거구마다후보자 선거사무소와 별도로 정당사무소를 둘 수 있도록 했는데 지구당 폐지 법조항이 무력화됨으로써 말단 정당조직만 더 늘릴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이같은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지난 7일 긴급실무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치개혁협상에서 정치권이 지구당을 폐지키로 한 것은 돈선거, 조직선거를 차단, 고비용정치구조를 혁파한다는 취지였다는 점에서 당연히 지구당을 유지할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정치권이 지구당 유지시 처벌규정을 누락한 것에 대해 단순히 입법적 실수일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서 의도적으로 지구당 폐지 조항을 임의규정으로 만들기위해 이를 묵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구당 폐지 불복종운동'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선데다가 과반 여당이 열린우리당 일부에서도 지구당 부활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지구당 유지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