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차기 대통령 후보인 호르스트 쾰러 전(前)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비판해독일 정치권에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쾰러 후보는 지난 22일 뒤셀도르프에서 각각 열린 기독교민주연합과 자유민주당 의원 모임 연설을 통해, 미국이 이라크 정책과 관련해 힘을 최우선시하며 오만하게 행동해왔다고 비판했다. 기민련과 자민당 등 보수 야당의 추천으로 대통령 후보가 된 그는 이 연설에서또 미국은 이라크에서 올바른 전후 전략을 마련하는데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쾰러 후보의 발언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라크 침략을 적극반대해왔던 집권당은 환영하고 나섰다. 반면 미국을 지지해왔던 보수 야당은 자신들이 추천한 대통령 후보가 `오만하다'는 비외교적 용어를 구사하며 미국을 비판한 것에 당황, 파문 진화에 나섰다. 벨라 안다 정부 대변인은 "그 발언은 우리의 이라크 정책이 옳았음을 뒤늦게 입증시켜주는 것"이라며 이 발언을 통해 야당의 사고 전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다 대변인은 이어 "이라크전 반대라는 정부 입장엔 변함이 없지만 우리라면그런 식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안겔리카 베르 녹색당수도"쾰러 후보가 분명한 입장을 취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마리안네 토만-슈탈 자민당 원내총무는 "쾰러 후보가 미국의 전후정책 미비를 지적하기는 했으나 바로 뒤이어 독일이 우방으로서 미국을 현재와 같은 어려움속에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겔라 메르헬 기민련 당수도 "쾰러 후보의 발언은 국제공동체가 이라크와 관련된 공동의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이며,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야당 추천 대선 후보에 대한 보호에 나섰다. 외무부 대변인은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의 발언으로 어느 정도 회복된 대미관계가 다시 악화될 것을 우려한 듯 이에 대한 논평은 거부한 채 "지금은 신뢰할만한 주권 이양을 통한 이라크 평화정착이 중요하다"고만 말했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연방총회 내에서 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현재로선 쾰러 후보가 내달 23일 집권 적녹연합의 후보를 누르고 차기 대통령으로선출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