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로 차 주인이 내려 승강이를 벌이는 사이에 동승자가 차를 옮기려다 다시 교통사고가 났다면 나중에 난 사고 책임은 누가져야 할까. 선모(28)씨는 2002년 8월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의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앞 차량과 추돌 사고가 나는 바람에 차에서 내려 앞 차 운전자와 다툼을벌이고 있었다. 선씨가 다툼을 벌이는 사이 동승자 박모(26)씨는 차를 옮기려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중앙선을 넘으면서 고모(31)씨의 승용차와 충돌했다. 사고로 뇌진탕 등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은 고씨는 박씨로부터 합의금 200만원을받았지만 선씨가 "박씨를 운전자로 채용하지도 않았고 운전해 달라고 요구한 적도없는 만큼 내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화가 난 고씨는 선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고씨 편을 들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 신우진 판사는 25일 고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선씨에게 치료비와 차량 수리비로 57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3자가 무단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더라도 소유자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차량 소유주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선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대법원 판례에도 소유자와 운전자의 인적 관계, 운전자의 차량 반환의사의 유무, 무단운행 후 소유자의 사후승낙 가능성 등 객관적이고 외형적인 여러 사정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고 돼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