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와 대형 유통회사간 카드 수수료 분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00년 2월 비씨카드와 롯데백화점간,2001년 롯데백화점과 8개 카드사간 분쟁에 이은 세 번째 수수료 갈등이다. 3차 카드 수수료 갈등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카드업체들이 수수료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원가도 공개할 수 있다며 배수진을 치고 나와 주목된다. 카드업계 백화점협회 체인스토아협회 병원협회는 지난 19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주선으로 간담회를 갖고 수수료 현실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원가를 공개해서라도 수수료를 현실화하겠다는 게 카드사 입장이어서 향후 양측간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카드업계 "원가 못미쳐 적자 누적 돼" 카드사들은 현 유통가맹점 수수료는 원가에도 못미쳐 만성적자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매출전표를 끊을 때마다 들어가는 전산운영,승인 비용 등 각종 비용이 수수료보다 더 많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현금대출 등 금융부문 수익이 폭증할 때는 수수료부문 적자를 흡수할 수 있었으나 현금서비스가 줄어들어 그럴 상황이 못된다고 주장한다. 카드사들이 받는 평균가맹점 수수료는 2.2∼2.5%지만 총 원가는 약 4.7%를 차지,신용판매 매출이 생길 때마다 2.2∼2.5%의 손실을 봐야 한다는 것. 신판매출 총액이 1백76조원(2002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수수료부문에서만 3조9천억∼4조4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카드사들은 말한다. 카드사들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국내 수수료는 너무 낮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가맹점 평균 수수료는 2.25%로 일본의 3.40%보다 훨씬 낮다. 반면 자금 조달 금리는 일본(연 0∼1.0%)보다 높은 연 7.0∼9.0%에 달한다. 또 한국은 5만원 미만의 소액거래 건수가 47%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비용 발생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용판매 수수료라도 현실화해야 살 수 있다"면서 "2.0% 안팎인 유통사 가맹 수수료를 3.5% 이상으로 올려야 그나마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경영 합리화로 비용절감해야"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은 카드 수수료율이 점진적으로 내려가야 할 상황이라며 카드사들이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카드사들이 △기간에 대한 이자비용 △대손비용 △거래비용 등에서 원가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현경일 삼성테스코 소매금융팀장은 "기간에 대한 이자비용은 할부이자로 다 반영되고 있고 대손비용도 기존 수수료율에 포함돼 있는데 이를 인상 근거로 주장하는 것은 수수료를 이중으로 거두겠다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또 "거래비용의 경우,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갈수록 줄어드는 게 정상"이라며 "결국 카드사의 경영부실을 유통업체에 떠넘기겠다는 속내"라고 주장했다. 백화점들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유통업체의 카드 수수료가 평균 2%가 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목청을 높였다. 현재 국내 할인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1.5%,백화점은 2∼2.5%대다. 신세계 이마트는 "삼성카드에서 지난 2월 수수료율을 1%에서 1.5%대로 높여달라고 요청해왔으나 계약기간이 내년 8월까지여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카드사들이 경영 효율화와 리스크 관리 개선에 주력하지 않고 위험을 유통업체에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기완·장규호·송주희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