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에서 2번이 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9일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회의에서 '원내 2당'으로 전락한 현실을 이같이 표현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원내 다수당 자리를 내주고 의회 권력이 교체된데 대한 당원들의 의식 전환을 재차 주문했다. 현재 한나라당 지도부는 향후 대여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6월중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교체가 되면 구체적인 '대여관계'를 설정할 계획이지만 당장은 경제와 정치문제를 분리 대응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민생 경제' 문제에 대해선 초당적 차원에서 여당과 협력하되,정치현안에 대해선 '줏대'를 갖고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와 정치는 별개'=박 대표는 향후 대여관계의 초점을 경제 살리기에 두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경제살리기와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정치권에서 잘 챙기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고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대북관계를 비롯해 안보문제에 대해서도 수구·보수적 입장에서 탈피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최근 남북문제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한나라당도 적극 나서겠다"며 "필요하면 미국도 가고 북한도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변화 움직임은 국민에게 각인돼 있는 부정부패와 수구적이라는 당 이미지를 벗지 못할 경우 차기 집권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탄핵문제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야당의 목소리를 분명히 낼 것으로 보인다. 당지도부는 이미 탄핵문제는 법적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이날 여당의 대표회동 제의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탄핵문제에 대한 얘기를 일절 하지말아야 한다"며 못을 박았다. 더 나아가 "정 의장이 헌재의 결정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과반의석 획득으로 대통령이 사실상 정치적 재신임을 받았다고 하지만 야3당의 정당득표율이 열린우리당보다 높고,네티즌의 70% 가량도 헌재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정책 정당화 추진'=한나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6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당의 면모를 일대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혁신의 초점은 '정책정당,민생정당'으로 요약된다. 박 대표는 "정당의 힘을 경제와 민생을 해결하는데 1백% 쏟아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세일 비례대표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 그룹과 김석준 박형준 공성진 최경환 최구식 당선자 등 교수 언론인 출신,전여옥 유승민 윤건영 비례대표 당선자 등 이번 총선을 통해 수혈된 신인들을 대폭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당 쇄신을 위해 수도권 소장파와 교수출신의 정책그룹을 '주력부대'로 동원할 태세다. 남경필 원희룡 권영세 박진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는 지난 국회에서부터 당개혁 쇄신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정책정당화 및 개혁 프로그램은 이번 총선에서 박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 윤여준 여의도연구소 소장이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장파 및 정치신인들로 당을 꾸려나갈 경우 보수적 성향의 영남권 의원들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적지 않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