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행보가 탄력을 받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그를 곤혹스럽게 했던 이른바 `노풍(老風)'의 굴레에서도 상당부분 벗어난 듯하다. 총선이 끝난 15일 저녁 6시부터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온 힘을 모으고 있다. 그는 이날 당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잠깐 지켜본 뒤 곧바로 병원으로 가 링거주사를 맞던중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탄핵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처음 입을 연뒤 연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향해 만나자고 주문했다. 또 그 다음날부터는 17대 국회의 바람직한 모습과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17일에는 "당장 부딪쳐서 소리나는 것 보다 여야간 공감대가 있고 민생경제를살리는 부문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회개혁 분야보다는 이미 공감대를 이룬 국회와 정당 개혁, 그리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탄핵과 여권 시스템의 정비, 국회.정당 개혁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기실 그의 행보와 관련해 총선에서 과반 1당이 되지 못했을 경우 선거가 끝난뒤 즉각 당의장 사퇴 및 일정기간 잠복 돌입, 총선에서 승리했을 경우에는 당 정비후 의장직 사퇴, 추후 입각 또는 재.보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 국면에서 그는 자신의 의장직 사퇴 또는 입각과 같은 거취 문제는 전혀 의중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19일 "여야 대표회담 성사를 통한 탄핵안 철회, 사람중심의 당 운영체제를 시스템 중심으로 돌리는 내부정비와 당의 역량강화에 당 의장으로서 최선을다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탄력적 행보는 선거당일인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단독 대좌를 가진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그가 선거 사흘을 앞두고 과감하게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내던진데 대해 격려하면서, 향후 당 체제정비와 개혁에 중심이 되줄것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한마디로 `정동영 힘 실어주기'인 셈이다. 당내에서도 친노.개혁진영이든, 중도 진영이든 총선이후 불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공천 책임론', `지도부 사퇴' 얘기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것 또한 주목할부분이다. `노풍'으로 최대 타격을 받은 영남지역 담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의장이 된후 당을 일으켜 세운정 의장의 역할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정동영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도 선거직후 노 대통령과 단독 오찬을 했다. 마치 당이 `노풍' 발언 이전의 `정동영 중심체제'로 신속하게 회귀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같은 흐름에는 노 대통령의 직.간접적 지원이 숨어있어 보인다. 금주중으로 예정된 노 대통령과 선대위 지도부 회동에서도 정 의장 중심의 당운영방안이 공론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정 의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대권주자다. 특히 임기가 4년가량 남은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여당 대표라는 위치에 있고, 경쟁 선상에 있는 타 진영의견제도 불가피하다. 때문에 그의 행보는 항상 외줄타기일 수 밖에 없다. 그가 대통령 탄핵국면을 어떻게 넘길 것인지, 17대 국회 원구성 이전 한달여 동안 당 체제를 안정시키고, 좌편향이라는 보수.우파들의 지적에 맞서 당.정.청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