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이른바 `천지개벽' 행보를 재현할 것인가. `천지개벽' 행보란 지난 2001년 1월 김위원장이 중국 최대 경제도시이자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上海)에서 보여준 과감한 활동을 말한다.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 위원장은 북한의 군.관.정계 고위인사들을 대거 거느리고 상하이에 3박4일간 체류하면서 상하이의 곳곳을 훍어봤다. 상하이의 첨단 정보통신(IT) 산업시설은 물론 자본주의 상징이랄 수 있는 증권시장을 두번이나 찾은 김 위원장은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른바 `상하이 쇼크'를 받은 김 위원장은 이듬해 양빈(楊斌)을 앞세워 신의주특구 개발에 나서는 등 북한식 개혁.개방조치를 취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과시했었다. 물론 신의주특구 개발사업은 양빈 전 특구행정장관이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일단 해프닝성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북한 지도부의 개혁 의지를 말해 주는 상징성은 상하이 쇼크와 연결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당시 김 위원장의 중국행은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시점과 북한이 중국의 뒤를 이어 사회주의식 시장경제체제를 전격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속에 이뤄져 더욱 김 위원장의 당시 상하이 활동이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의 3년전 상하이행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위원장이 상하이시 정부의 고위인사들에게 상하이의 외자유치와 외국기업 활동상에 대해 집중 캐물었다"면서 "증권거래소를 두번이나 찾은 것도 그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년여만에 중국을 다시 찾는 그의 족적을 보면 북한의 나아갈 방향을 암시하는 단초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1일까지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일정을 감안할 때 또다시 상하이를 들를 수는 없지만 3년 전 `천지개벽' 행보를 연상시킬 만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방중에 앞서 북한의 대표단이 남부의 선전(沈천) 등 남부 개방도시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과 다롄(大連) 등 동북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는 22일부터 상하이에서 열리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에 북한 대표단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현재 상하이에는 김 위원장의 `학습지시'에 따라 북한의 전문가들이 상하이시 사회과학원 등에 연수형식으로 파견돼 `상하이 쇼크'의 실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일정을 감안해보면 김 위원장이 베이징(北京)에서의 고위회담 일정 등을 소화한 뒤 선양이나 다롄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3년전 방중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때 단둥(丹東)에 들러 적당한 시기에 선양-단둥간 고속도로 상황을 보러오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신의주 개발특구 사업과 중국의 동북 3성내 신공업지대간 연계발전사업이 북한의 향후 개혁행보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김 위원장이 또다시 천지개벽 행보에 버금가는 동선을 보일 경우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발빠른 북한의 개혁.개방 움직임이 가시화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특히 북한 핵문제, 이로 인한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로 인해 개혁추진이 여의치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김 위원장이 북한 자체의 `개벽'을 위한 전방위적 `특별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외교가를 관통하는 분위기이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