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민중 저항운동 단체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56)가 17일 저녁 이스라엘군의 헬기의 미사일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표적 암살 공격으로 란티시의 아들 모하마드와 경호원 1명도 함께숨졌다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방송들이 즉각 확인했다. ◇표적암살 공격 란티시는 이날 아들과 부인 및 경호원들과 일제 쓰바루 승용차를 타고 가자시티셰이크 라드완 마을 부근 도로를 달리다 이스라엘 헬기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란티시 일행은 피격후 인근 시파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병원 도착 5분만에 숨졌다. 그러나 승용차에 함께 타고있던 부인의 상태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란티시는 지난달 22일 하마스 창설자이며 정신적 지도자였던 셰이크 아흐마드야신이 이스라엘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숨진 뒤 가자지구 최고 지도자로 선출됐다. 란티시는 야신이 묻힌 곳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지점에서 피격됐다. 이스라엘군의 공습 수시간 전 이스라엘-가자지구 국경의 에레즈 검문소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팔레스타인 자폭대원과 이스라엘 국경 수비 경찰관 한명이 각각 숨졌다. 사건 직후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최대 정파 파타운동 산하무장단체인 알-아크사 순교자여단과 하마스는 각기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 이스라엘 정부 반응 이스라엘 정부는 란티시 표적암살 공격이 성공한데 노골적인 기쁨을 드러냈다. 우지 란다우 이스라엘 무임소 장관은 TV 방송 회견에서 "야신을 살해했던 것 처럼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기 위해 이같은 공격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테러리스트제거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란티시가 이스라엘에 대한 수많은 테러 공격에 직접적인 책임이있다고 란티시 암살 작전을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예루살렘에서 하마스의 자폭공격으로 이스라엘인 16명이 숨진 뒤 하루만인 6월 10일 헬기로 란티시 표적살해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지난달 야신을 표적 살해한뒤 하마스 전체 지도부에 대한 제거를 경고했으며 이후 란티시 등 하마스 지도급 인사들은 잠행에 들었다. 이스라엘 신문 방송들도 란티시 사망 소식을 즉각 보도하고 그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팔레스타인 반응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의 란티시 암살을 "국가 테러"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자치정부 평화협상 수석대표인 사이브 에레카트는 "이스라엘의 범죄와 국가 테러를 가장 강경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팔레스타인 민중이 그 어느때 보다 더 국제사회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입증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또 이스라엘이 야신과 란티시를 살해한데 이어 아라파트 수반도 암살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빌 샤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 앞에서 저지른 냉혈 범죄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미국은 우리 영토 일부를 이스라엘에 주고 난민의권리를 무시했다"며 미국도 함께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강경정책을 묵인해준게 란티시 암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저명한 여성 정치인인 하난 아쉬라위도 "이스라엘은 파괴와 봉쇄, 암살 정책을계속할 수 있도록 미국으로부터 허가받았다"고 조지 부시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편향정책을 비판했다. 하마스 고위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란티시의 피가 헛되지 않게 하겠다"며대이스라엘 강경 보복공격을 경고했다. 그는 란티시의 시신이 안치된 시파병원 주변에 모인 지지 군중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이 순교로 목숨을 버리는 것은 우리의 운명"이라며 "이스라엘은 후회하게 될 것이며 복수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 란티시는 누구 란티시는 야신과 함께 하마스 공동 창설자로 야신 암살 후 시리아에서 활동중인하마스 정치국장 칼리드 마샬과 함께 조직의 양대 축을 맡아왔다. 소아과의사인 그는 하마스 내에서도 강경파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6월10일에는 가자시티 중심가에서 이스라엘 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팔과 다리, 가슴에 부상을 입었으나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란티시는 야신이 암살당한 후 즉각 팔레스타인 내에서 시온주의자와 유대인의안전은 없다고 경고하는 등 대이스라엘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그는 야신 추모행사에서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게되며 그렇다고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면서 "나는 아파치 헬기와 심장마비 가운데 아파치 헬기에 의해 죽는게 더 좋다"고 말했다. 란티시 자신은 군사조직과 관련이 없는 하마스 정치인임을 표방해왔으나 이스라엘은 그가 미디어를 이용해 폭력을 조장하고 대이스라엘 공격 최고 결정자 역할을해왔다며 표적살해 최우선 명단에 올려놓았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주 워싱턴 방문에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가자지구 철수와 보안장벽 건설 등 대팔레스타인 분리정책과 관련한 정치적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아랍권이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이스라엘 지지에 분노와 좌절을 표출하고 있는상황에서 란티시가 암살돼 아랍-이스라엘 평화과정 재개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