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세력들이 16일 미군은물론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인 등 이슬람권의 민간인까지 인질로 납치하는 등 이라크 인질사태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무장세력은 지난 15일 일본인 인질 3명을 납치 일주일만에 석방한데 이어 이날체코기자 3명과 캐나다 구호요원, 중국인 등은 풀어줬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또다른외국인들의 납치가 잇따랐다. 또 과격 시아파 성직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미군과의 타협은 절대 없다면서항전의지를 거듭 천명한 가운데 이라크 치안군은 미군과의 협조를 거부하는 등 연합군의 작전에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팔루자에서 미군과 현지 주민간의 협상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알려지고 있으며 이라크 인질사태 해결을 위해 교황청이 적극 개입키로 하는 등 다소간의 낙관적인 전망도 나타나고 있다. ◆납치사태 악화 =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무장세력이 미군 1명을 억류하고 있는 장면이 녹화된 방송을 내보냈다. 위장복 복장의 이 미군 병사는 무장해제 상태에서 바닥에 앉아 있었으며 뒤로는무장괴한 5명이 나란히 서 있었다. 인질 상태의 미군은 "내 이름은 케이스 매튜 모핀이며 1사단 소속"이라면서 "나는 생후 10개월된 아이가 있다, 이라크를 해방시키려 이곳에 왔지만 사실은 가족과함께 있고 싶었으며 자발적으로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무장괴한 중 한명은 "우리는 점령군에 붙잡힌 포로와 교환하기 위해 이 사람을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BC 방송은 이 포로가 지난 9일 바그다드 외곽에서 연료 호송대가 무장세력의공격을 받은 이후 실종됐던 2명의 병사중 1명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밤에는 경찰을 가장한 무장세력들이 바스라의 호텔에 침입해 아랍에미리트 민간인 1명을 납치했다고 호텔 소유주와 경찰이 밝혔다. 또 지난 11일에는 요르단 사업가 1명이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의 호텔에서 경찰복을 입은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덴마크 외부부는 이날 덴마크 민간인 1명이 이라크에서 실종됐으며 무장세력에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덴마크의 DR-1 방송은 이 민간인은 이라크에서 하수도 설비공사를 하던 30대 사업가로 바스라에서 바그다드로 이동하던 중 납치됐다고 보도했다. ◆ 사드르, 타협 거부 = 급진 시아파 성직자로 수배중인 사드르는 이날 미군 주도의 연합군과의 화해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드르는 이날 나자프 외곽의 쿠파의 이슬람사원에서 최근 2주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인근 지역에 진을 치고 있는 미군들은 시아파 성도로 진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나자프와 성도들에 대한 점령군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머물기 위해 이곳에 왔고 오랫동안 이라크를 점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타협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의 대변인도 이라크 내 시아파 2대 성도인 카르발라와 나자프는 미군이 절대 침범해서는 안되는 `적색선'과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타니는 카르발라 이맘 후세인 사원에서 행한 주례설교에서 미군이 과격 무장단체를 이끌고 있는 무크타다 알 사드르 체포를 명목으로 성도를 유린한다면 매우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군과 함께 수니파의 거점인 팔루자를 포위공격 중인 이라크 치안군은 자신들은 무장세력에 비해 무장상태가 허술하고 미국의 전술에도 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작전에서 빠질 방침이라고 밝혔다. 치안군의 병사인 암마르 후세인은 미 해병대 주둔지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240명의 부대원중 180명이 팔루자에서 철수하기를 희망한다면서 그들은 이슬람사원을 공격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군 당국은 최근 이라크 치안군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약해졌지만 미군의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협상.중재 노력 = 연합군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팔루자에서 수니파 지도자들과 가진 1차 협상이 긍정적으로 끝났다고 전했다. 연합군과 현지인과의 협상에서 중재역할을 맡았던 하셈 알-하싸니는 "팔루자인들은 평화와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날 회담으로 포괄적인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팔루자의 영구휴전을 위해 양측이 17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리처드 존스 연합군 정책담당자도 "공동의 적인 무장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팔루자 현지인들과 연합군간에 신뢰의 다리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17일부터 팔루자종합병원에 차량의 접근을 허용키로 했다고 전했다. 교황청 관리들은 최근 이라크에서 납치된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해 교황청이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황청 관계자는 라디오 방송에서 "이론적으로는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외국인인질을 누가 억류하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한편 연합군과 알 사드르간의 중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이란 외무부대표단은 이날 나자프 방문계획을 연기했다. (바그다드.나자프.팔루자 AP.AFP=연합뉴스)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