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예고된 총선 후유증에 직면했다. 열린우리당으로의 흡수통합 가능성 등 비관적인 전망이 정치권 안팎에서 우세한가운데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16일 대표직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선언했다. 전당대회까지 당 운영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당 수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측의 계획대로라면 민주당은 17대 총선 당선자와 상임고문 등으로 구성되는 비대위 체제로 당력을 끌어모은 뒤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체제를 구성하게된다. 그러나 비대위가 벌써부터 5명의 지역구 당선자중 일부가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갈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동요된 당을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을 진정시킬 만한 별다른 묘책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비대위가 당 수습의 출발점이 아니라 선거 직전 불거진 `옥새전쟁'과 같은내홍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추미애(秋美愛) 선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에서 제외됐지만 역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와 정균환(鄭均桓) 전 원내총무는 상임고문 자격으로 비대위에 합류했다. 추 위원장을 도와 총선을 치른 박준영(朴晙瑩) 선대본부장은 이날 "당 수습을위해 비대위를 구성해야한다"면서도 "그러나 비대위는 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17대총선 당선자 중심으로 구성돼야한다"며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와 정 전 원내총무의비대위 합류를 반대했다. 자칫하면 얼마 남지도 않은 당권을 둘러싼 편가르기와 극한 대치가 재현될 수도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비대위 체제 아래서 무사히 전당대회를 치른다하더라도 `텃밭'인 호남에서 조차 참패한 총선 결과의 충격을 딛고 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