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벽이 높다는 것은 실감했지만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지역주의에 맞서 문전옥답(?)같은 지역구(서울 강북을)를 포기하고 사실상 연고가 없는 대구의 정치 1번지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14일 지난 열흘동안 지역에서 피부로 체험한 영남 민심을 이같이 표현했다. 극심한 당 내분사태를 마무리하고 지난 4일 대구로 내려온 조 대표는 그동안 두터운 지역주의 장벽에 맞서 외로운 사투를 벌였다. 그러나 조 대표는 이를 지역주의 장벽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직접 체험을 해보니 대구.경북지역에서 민주당 표가 적었던 것은 영호남간 지역주의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고장 출신의 사람이 내고장 대표자가 되어야 한다는 뿌리깊은 고정관념일 뿐이었다"고 분석했다. 같은 지역에 출마한 여타 후보들에 비해 뒤늦게 선거캠프를 가동시킨 조 대표는그러나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꼿꼿한 선거운동을 벌여 한때 선거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조 대표는 그러나 부인 김금지 여사와 아들(35), 딸(33) 두 자녀와 함께 대구에머물면서 지역구 표밭을 묵묵히 다져 이같은 시선을 일축했다. 조 대표의 선거 운동은 한마디로 정처없이 지역구를 누비다 마주치는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의명분에 한 표를 호소하는 방식이었다. 화려한 지역 개발 공약을 내세우는 여타 지역구 후보들과는 달리 조 대표가 이렇다할 지역 개발 공약도 내놓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 조 대표 선거캠프측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다른 지역에 비해 기독교와 천주교의 교세가 강한 수성갑의 특성을살려 교회나 성당을 찾아 교인들에게 한표를 호소하지도 않았다. 특별한 종교도 없으면서 선거를 앞두고 교회나 성당을 찾는 것은 가식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조 대표의 선거운동을 지원해온 보좌진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조 대표는 지난 열흘동안 지역에 머문 소감을 묻자 "그동안 대구시민들이 호감으로 대해줘 고마울 따름이며 스스로 택한 길이기에 선거 결과가 좋든 나쁘든 실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에 공감하는 여론주도층 뿐만 아니라 특정정당 일색은 막아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일반 유권자들도 많아 체감하는 분위기가 좋다"며 선거 결과에 기대를 걸었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