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그다드에는 "미군을 겁주려면 '팔루자'라고 외쳐라"라는 농담이 유행하고 있다. 미군 부대들이 7일 동안이나 길 모퉁이와 건물 옥상, 이슬람 사원 등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고 고립됐던 수니파의 근거지 팔루자는 어느새 미군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태도 변화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고 있다. 이라크전 개전 1년 만에 이라크인들이 생각하는 미군 병사는 무적의 병사에서 구식 로켓과 사제 폭탄으로도 희생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 전락했다. 이라크의 지리교사인 우삼 타오피크는 11일 "미군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의 이미지가 있었고 사람들이 이 특별한 힘에 경외감을 표시했으며, 미군 탱크는 너무나 정교해 날아오는 로켓도 비켜가게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미군 병사는 슈퍼맨처럼 보였다"고 미군 주둔 초기를 회고했다. 그러나 미군 순찰 병력이 사제폭탄이나 30년 된 경무기에 희생되자 "사람들은 미군도 그렇게 정교한 기술이 있지는 않으며 구식 로켓포나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도 미군 차량이나 헬리콥터를 쉽게 격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시 말해 미군도 우리처럼 약한 보통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개전 1주년을 지나면서 미군에 대한 공격이 갈수록 잦아지고 희생자도 늘어나면서 미군에 대한 존경심도 사라져버렸다. 전 시아파 사령관 한 명은 "미군은 약점을 보였다. 미군은 바트당원을 제거하는 대신 자유롭게 풀어줬고 준군사조직을 재건하도록 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70세 된 샴시 알-자하위씨는 "미군은 이곳의 치안 불안 상황을 끝낼 수 없다는 것을 드러냈고 국민 상당수의 존경심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수니파 게릴라 전사들이나 과격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따르는 마흐디 민병대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의 무기를 공공연히 꺼내들고 있으며 이는 곧 미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표시로 풀이되고 있다. "미군에 대한 익숙함이 무자헤딘 전사들과 알-사드르 민병대원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고 타오피크 교사는 설명했다. 이런 `저항'이 팔루자 전투에서 절정에 달해 2천 명의 미 해병대가 일주일이나 치열한 저항을 물리치는데 실패했다. 바그다드 신문의 한 간부는 "세계 최강의 군대가 팔루자 같은 작은 도시에서 경무기로 무장한 저항 세력을 진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라. 이것은 일종의 승리"라며 "애국심이 이라크인들의 뿌리이며 우리 군대가 패배하는 것은 치욕으로 여긴다. 팔루자 전투는 르네상스 같은 것"이라고 자부했다. 바그다드내 수니파 거주 구역인 아드하미야의 성직자 한 명은 "팔루자 전투를 계기로 페다인들이 전술을 바꿨다"며 "그 전에는 3-4명씩 무리를 지어 미군 탱크나 험비차량을 밤에 기습하고 도망쳤으나 이번 주 들어서는 200명의 전사가 대낮에 대로에 모여 경찰서를 습격하고 미군과 얼굴을 맞대고 싸운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외곽 사드르 시티 알-사드르 사무실의 한 간부는 "미군은 최신기술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더한 것이 있다. 우리의 신앙은 어떤 무기보다 강하다"고 자신했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