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루자 충격 이후 이라크 사태 악화를 계기로 조지 부시 대통령 진영과 반 부시 진영 사이에 이라크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부시 진영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격화를 `이라크에 민주정체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입지를 상실하게 된 한줌 세력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주장, 6.30 주권이양 계획에 따라 새 임시정부가 들어서 이라크 민주화 일정이 가시화되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이라크 정책 항로 불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민간 경호용역 회사 직원의 참혹한 죽음을 가져온 팔루자 사건 및 이슬람시아파 강경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무장 저항 등과 관련해서도 이라크 국민대다수는 저항세력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담장에 붙어서서 누가 이기는가' 보고 있다며, 힘의 과시를 통해 미군이 이라크를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반해 반 부시 진영은 미국이 이라크전 이후 이라크 사회 평정 및 재건계획을 제대로 갖추지 못함으로써 주권을 넘겨주려는 이라크 정치집단이나 세력의 정통성 등이 의문스럽고, 6.30 계획을 그대로 진행시킬 경우 이라크 안팎에서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새 과도정부가 도전을 받아 내전사태로까지 비화할 우려가 있다며기존 계획의 전면적인 재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와 함께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 `나홀로'식 일방주의를 탈피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맹방 및 우방들의 이라크 문제 참여를 적극 유도함으로써 이라크 주둔군의 `국제화'를 통해 미군의 인명피해와 물적 부담을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이같은 차이는 지난 10일 부시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연설과 민주당 칼레빈(미시간) 상원의원의 라디오연설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사태 악화에 대해 "6.30 시한이 다가오자 소수 한 파당이이라크 민주주의를 탈선시켜 권력을 탈취하려는 것"이라며 저항세력을 `사담 지지자들과 테러리트들, 살인혐의로 수배된 과격파 알 사드르'라고 규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시련과 시험의 기간을 맞을 것이라고 미리 말씀드렸듯 이라크 주권이양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자유의 적들과 자유의 수호자들 간 의지의 시험이 계속될 것"이라고 `악마와 천사의 대결'을 연상시키며 앞으로도 지속될 미군 인명 손실에 대한 예방주사를 놨다. 유엔의 역할에 대해선 "참여를 환영한다"고 말했으나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특사와 이라크 각 정파간 협상 이상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는 나타내지 않았다. 민주당 레빈 의원은 이라크사태 악화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일방적인 행동을 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상반된 진단을 내리고 6.30 이후전망에 대해서도 "이라크 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미국이 만든 집단에 통치권을 이양할 경우 더 큰 폭력과 내전 발발 가능성이 있다"고 비관했다. 그는 "우리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라크 문제 해결엔 군사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유엔의 전면적인 참여와 맹방들에 대한 분담 외교를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적인 존 케리 의원도 연일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정책을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의 일방주의와 케리의 협력주의가 이라크 점령 정책의 근본적인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케리 자신이 이라크전을 승인하는 의회 투표때 찬성한 만큼 로버트 바이어드 상원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이라크 철군을 주장할 처지가 못되며, 실제로 케리 의원은 도리어 미군의 증강 배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케리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의 국제협력주의는 또 케리 의원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이라크 사태에 관한 한 한국 등 맹방과 우방들의 군병력과 비용 부담 증가를 요구하는 외교적 압박 가중을 의미할 수도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