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컬렉션에는 어머니의 뒤를 이은 2세 디자이너들이 어머니와 나란히 작품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진태옥씨의 딸 노승은씨,설윤형씨의 딸 이주영씨,김동순씨의 딸 송자인씨가 주인공. 미국 커티스음대를 졸업한 후 전공을 바꿔 미 파슨스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한 이주영씨는 십자가형 지퍼,버클 장식 등 섬세함이 돋보이는 남성복을 선보인다. 그는 "남자들도 '딱딱한 양복 아니면 캐주얼한 트레이닝복'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충분히 멋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머니가 한국의 간판 디자이너인 만큼 심리적 부담도 크다. 이씨는 "너무 유명한 어머니 탓에 잘하면 당연하고 못하면 보통의 디자이너보다 몇 배 혹평을 받게 된다"는 중압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변에서 '어머니 덕에 컬렉션에 무임승차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지만 이번 컬렉션에서 확실히 나만의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불태웠다. 미국 패션스쿨인 FIT 출신인 노승은씨는 지금까지 10여차례 개인 패션쇼를 열어온 중견 디자이너. 독자 브랜드 '노승은'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SFAA 무대 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데뷔 컬러는 '올 블랙'. 지난 96년 첫 개인전처럼 검정색 한 가지 색깔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각오다. 그는 "데뷔한 지 10년이 가까워 오는데 운좋게(?) '신인' 대열에 끼어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가죽과 데님,시폰과 밍크 등 각기 다른 원단을 조각조각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면서 '조화'를 추구했다"고 소개했다. 어머니가 나온 이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 파슨스대학에서 공부한 송자인씨는 지난 98년부터 김동순 울티모디자인실에서 근무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어머니 그늘을 벗어나는 송씨는 "처음 남자친구가 생긴 소녀의 설렘과 어설픈 모습을 표현해 낼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