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속담이 있다. 뒤집어 해석하면 부자도 3대를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석유왕 록펠러'로부터 4대에 걸친 록펠러 집안의 이야기를 담은 '록펠러가의 사람들'(피터 콜리어 외 지음,함규진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은 사상 최대의 부자였던 록펠러 가문 역시 이런 속담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록펠러 왕조'의 창업자인 존 데이빗슨 록펠러 1세는 19세기 말 급성장하던 미국 경제의 흐름을 타고 일약 백만장자가 됐다. 그는 근면·성실·근검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는 리베이트와 뇌물증여 등 갖은 편법을 동원,추악한 재벌이라는 오명을 후대에 물려준다. 그의 아들 록펠러 2세는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록펠러 재단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적 복원,국립공원 조성,대규모 자선사업 등을 벌이는 한편 정치 경제 문화계 등에 방대한 인맥을 구축해 록펠러 가문을 가히 '왕조'의 수준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록펠러 2세의 다섯 아들,즉 록펠러 3세들에 이르면 돈씀씀이가 헤퍼진다. 3남과 막내는 각각 항공업·원자력산업과 체이스맨해튼은행으로 돈을 벌었으나 가문의 대통을 이은 차남 넬슨은 대통령을 꿈꾸다 막대한 돈만 날린 채 실패했다. 이들 다섯 형제가 낳은 21명의 자녀들,즉 록펠러 4세들은 '가문'에서 벗어나 각자의 길을 간다. 이들 중엔 아직도 재력가,정치가로 남은 사람이 있지만 '왕조'는 해체됐다. 가문의 일원이 아니라 개인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록펠러 4세들을 일일이 인터뷰하고 록펠러가 문서보관소의 비공개 기록까지 뒤져 엮어낸 이야기들을 통해 록펠러 가문이 살았던 1백년의 미국 역사를 읽을 수도 있다. 9백3쪽,3만3천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