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7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북부 질리나시에서 동유럽 공장 설립을 위한 `대역사'(大役事)에 나섰다. 이에 따라 `글로벌 톱5 진입'을 위한 현대.기아차의 해외거점 확보 작업이 마무리 수순 속에 가속페달을 밟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동유럽공장 설립을 계기로 유럽 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2010년까지 국내 300만대, 해외 200만대 등 국내외 5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 세계 자동차 메이커 5위권내 진입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기아차 동유럽 공장은 유럽 공략의 `첨병'으로 육성돼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비전 실행을 위한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유럽 교두보 마련..글로벌 공략 `박차' = 중국(베이징 현대, 둥펑위에다 기아), 인도, 터키에 이어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이 2005년 생산에 들어가는데 더해 동유럽 공장이 첫 삽을 뜨게 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해외생산 전초 기지 확충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동유럽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2010년 글로벌 톱5 도약'을 차질없이 달성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북미와 함께 세계 2대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기 위해서는 앨라배마 공장과 함께 양대 축을 이룰 현지 `구심점'이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그룹은 지속적인 생산확충 작업을 통해 2010년 미국 50만대, 중국 100만대(베이징 현대 60만대, 둥펑위에다 기아 40만대), 유럽 30만대, 인도 25만대, 터키 10만대 등 해외공장에서 연산 200만대 이상의 규모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각 지역의 생산 기지를 뒷받침할 글로벌 연구개발(R&D) 네트워크 구축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통합연구거점인 남양종합기술연구소를 기반으로 미국 디트로이트와 LA기술연구소, 일본 기술연구소,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기술연구소(R&D센터)등 거점별 R&D 기지를 조성, 현지 시장 특성에 맞는 디자인과 신차종 개발로 고객만족과 품질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착공한 동유럽 공장은 지난 9월 개관한 유럽 R&D센터와 긴밀한 연계속에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게 될 전망이다. ◆왜 슬로바키아인가 = 슬로바키아가 폴란드와 막판 경합끝에 최종 부지로 선정된 데는 유연한 노조와 노동력, 공장운영 여건 등이 결정적 변수가 됐다. 폴란드의 경우 노조 출신의 바웬사 대통령 시절이 상징하듯 상대적으로 강성 노조가 힘을 발휘해 왔으나 슬로바키아는 같은 사회주의 체제이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한 데다 노조의 자세가 비교적 유연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대우차의 실패로 한국 자동차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 것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슬로바키아는 폴란드에 비해 임금이 최고 20% 가량 낮고 생산인력 수준도 다른 동유럽국가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 질리나 반경 50㎞ 주변에 45만여명의 유휴인력을 갖춰 풍부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고 부품 수입 및 완성차 수출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질리나는 전통적인 농업도시이면서도 국경 도시로 폴란드, 체코 인접 지역에 부품업체들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 됐다. 이에 못지 않게 슬로바키아 정부의 강력한 유치 의지와 이에 따른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도 부지 선정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슬로바키아는 공장 부지 무상제공과 법인세 10년간 면제 등 총 투자비의 15% 인센티브 제공을 비롯, 철도, 도로 등의 인프라 지원과 기아차 직원들의 외국인 학교설립 등 각종 혜택을 내걸었다. 질리나 주변 공항 신설을 통한 질리나-프랑크푸르트 직항 개설도 약속했다. ◆전망과 과제..질적 성장이 `관건' = 전문가들은 동유럽 공장 성공의 과제로 원활한 부품 공급, 경쟁력 있는 모델의 적기 투입, 생산성 향상 등을 꼽고 있다. 기아차는 프랑크푸르트에 자리잡은 유럽 R&D 센터와 연계, 유럽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B차급(소형), C(준중형)차급을 개발, 기아차의 유럽 딜러망을 통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고병구 연구원은 "인력구조와 생산 방식을 현지 특성에 맞게 최적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숙제"라고 분석했다. 기아차가 현대모비스를 비롯, 9곳 이상의 부품업체 동반진출을 통해 생산 초기부터 70%대의 현지 국산화율을 목표로 하는 한편 자동화율 제고 및 체계적 노무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결국 적절한 모델 투입 및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바탕으로 한 판매 신장과 생산성.공장 가동률 향상을 통해 수익성 제고와 질적 성장을 이뤄내느냐 여부가 동유럽공장 성공의 핵심 열쇠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후발 현지 진출 업체로서 폴크스바겐, 르노, 피아트 등 선발업체들과의 간격도 빠른 시일내에 좁히고 현지인들과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 현지화에 안착하는 것도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아차 동유럽 공장의 경우 미국 앨라배마, 중국, 인도 공장 등 현대차그룹의 해외 공장 운영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어 위험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급성장세와 다음달로 다가온 중.동유럽 10개국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따른 동유럽 시장 성장 가능성 등도 `청신호'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판매 부진으로 고배를 마신 현대차 캐나다 브루몽 공장과 무리한 투자, 차입경영으로 `몰락'한 대우차 폴란드 공장의 선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질리나=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