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나서기를 싫어하는 국민성에다 영어까지 달려 국제기구 등에서도 실력만큼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미국의 7대 교역 상대국인데다 미국에 사는 한국계도 2백만명을 넘지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 워싱턴DC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석한 애킨 검프 변호사는 얼마전 주미 한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미국 의회나 행정부 관계자들 중에서 한국을 중시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우습게 본다는 느낌이 든다." 김 변호사는 그런 사람들에게 한국의 이익이 손상될 때 미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그런 쪽으로 적극적인 로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단의 한국에 대한 홍보는 매년 이맘 때 하는 행사지만 주목을 받을 만했다. 이들은 워싱턴DC에서 의회 및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후 30일 맨해튼에서 기업 및 금융인들과 마주 앉았다. 국내에서 암참은 한국정부에 불만을 쏟아내는 외국 기업연합체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 와서는 한국 정부 대변인보다 더 열정적으로 한국의 달라진 영업환경을 홍보했다. 마치 한국 정부가 고용한 홍보 대행사 같았다. 외국인의 입을 통한 한국 자랑이어서 그런지 거부감도 적었다. 특히 태미 오버비 수석 부회장은 미국의 까다로운 비자 관리가 양국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참석자들도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암참이 며칠 와서 미국인 몇 명에게 한국을 알린다고 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반적인 시각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고 한국의 입장을 대변할 만한 원군도 별로 없는 상황에선 암참 같은 다양한 단체를 통한 선의의 홍보가 의미있는 역할을 할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