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책 연구개발(R&D)사업단의 연구성과물 전시회가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과학기술 연구성과를 일반에 널리 알리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까지 홍보 강화를 당부하고 나선 상황에서 열린 전시회인 만큼 관심을 끌 만했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 같은 기대는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행사 진행자를 제외한 방문객은 10여명도 채 되지 않았다. 관람객이 없는 전시장은 적막감마저 감돌아 마치 연구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손님들이 찾아올 리 있겠느냐고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전시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일부 전시 부스에서는 한글로 된 안내서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영어만 빽빽하게 적힌 몇 장짜리 책자가 전부였다. "왜 한글 안내서가 없느냐"는 질문에 "전문 기술을 주로 소개하다 보니 영문 책자만 만들었다"는 대답이다. 전문 기술을 이해시키는 데는 한글보다 영어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제품 모형도 없이 기술설명서만 붙여 놓은 부스도 상당수에 달했다. 그 동안 수없이 열린 '연구자들만을 위한' 전시 행사의 하나였을 뿐이다. 설령 관심있는 사람이 왔다가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솔직한 평가다. 물론 기술 전시회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술적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기술이 갖고 있는 효과나 의미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관람객이 찾든 말든 그저 건수만 채우면 된다는 식으로 전시회를 개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과학기술 대중화를 겨냥해 내걸고 있는 '기술 홍보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 국책 연구사업에 대한 평가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구결과 평가 과정에 민간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책 연구개발사업단은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장원락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