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이 31일 약체 몰디브와 득점없이 비긴 치욕의 무승부는 한국 축구 사상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어이없는 졸전' 중의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국 축구가 90년대 이후 네덜란드, 프랑스, 체코 등 유럽 강호들에게 대패하거나 아시아의 강호 이란에게 참패를 당한 경험은 있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무려 120계단(한국 22위, 몰디브 142위)이나 떨어지는 상대를 맞아 수준 이하의 플레이로 일관한 것은 좀체 보기 드문 일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객관적 전력에서 명백한 우위를 점하는 약팀과 졸전을 벌여 팬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긴 사례는 간간이 찾아볼 수 있다. 지난 98년 방콕아시안게임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지만 8강전에서 태국을 맞아 1-1로 승부를 못낸 채 연장전에 끌려 들어갔고 뼈아픈 골든골을 허용해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짐보따리를 싸야 했다. 특히 태국이 2명이나 퇴장당해 수적으로도 11대9의 절대 우세를 갖고도 패한 한국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랐다. 이에 앞서 지난 85년 3월 멕시코월드컵 예선에서는 말레이시아 원정에 나섰다가 0-1로 어이없는 패배를 당해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또 지난 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는 한수 아래로 평가되던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소나기 슈팅을 쏘아대면서도 한골도 뽑아내지 못한 채 결국 기습골을 먹어 0-1로 지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 해 10월 오만 원정 경기로 치러졌던 아시안컵 2차예선에서 코엘류호가 베트남과 오만에 0-1, 1-3로 연패를 당한 것은 지금도 축구 팬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는 최악의 졸전 기록 중 하나다. 한국 축구가 유난히 원정 경기에서 졸전을 벌인 사례가 많았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홈 경기보다 불리한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약팀과의 원정 경기때 현지 적응이나 컨디션 조절에서 총체적인 실패를 자꾸만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