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20조원 규모의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 장관이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29일 예산처에 따르면 김병일 장관은 지난 25일 집무실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의자의 다리 2개가 갑자기 부러지면서 앞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탁자에 부딪힐 뻔 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마라톤을 즐기는 등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인 김 장관이 돌발 사태에 재빠르게 대처해 다행히 별다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김 장관 본인은 물론 간부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장관 집무실의 탁자와 의자 등 집기들이 지난 1998년 기획예산위원회 시절에 마련된 것으로 대부분 수명이 다 돼 낡아 버린 데에서 비롯됐다. 이들 집기는 기획예산위원회 시절부터 현재의 서울 반포동 청사로 이사를 다니며 조금씩 상했고 장관 비서실은 이에 따라 관련 부서에 장관실 집기들의 전면 교체를 요청했다. 그러나 관련 부서에서는 최근 사무실 재배치와 컴퓨터 교체 등으로 예산 사정이 어렵다며 부서진 의자만 교채해 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장관도 부서진 의자와 낡은 집기들을 교체하지 말고 가능하면 고쳐서 사용해 예산을 낭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예산처 관계자는 "보통 예산처에 근무하다 다른 부처로 옮기면 안면을 십분 활용해 예산을 더 많이 따내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지만 김 장관은 과거 조달청장 시절에도 예산을 오히려 더 깎아서 신청한 것으로 유명하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