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간 독재자로 군림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재임기간 150억-350억달러에 달하는 국가 재산을 자기 앞으로 빼돌린 것으로평가돼 전세계적 부패감시 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로부터 `세계 최악의 부패 지도자'로 뽑혔다. TI는 25일 지난 20년간 가장 혹독하게 국민을 착취한 정치 지도자들의 축재 실상을 파헤친 `2004년 세계부패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수하르토에 이어 부패 2위로 꼽힌 지도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1972-1986년 재임. 축재액 50억-100억), 3위는 모부투 세세 세코 전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1965-1997년 재임. 축재액 50억달러)이다. 이중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국민 1인당 GDP가 695달러, 세세 세코 전 대통령은100달러에 불과한 극빈 국가 예산에서 이처럼 엄청난 개인 재산을 축적했으며 세세세코의 축재액은 32년 재임기간 이 나라에 들어온 외부 지원액의 40%나 되는 것으로밝혀졌다. 필리핀은 마르코스에 이어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까지 부패 순위 10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페터 아이겐 TI 회장은 "정치권력을 이용해 사복을 채움으로서 이들 지도자는극빈층에 제공돼야 할 공공 서비스를 박탈했고 국민에게 절망감을 일으켜 분쟁과 폭력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 부패는 개발도상국들에서 번영과 안정의 희망을 빼앗아가며 전세계납세자들과 주주들에게도 손해를 입혀 세계 경제에 해를 미친다"고 강조했다. TI 보고서는 이밖에 일부 중남미 국가들과 유럽연합(EU) 가입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중.동부 유럽 국가들에 부패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올해 EU에 가입하는10개국들은 유럽회의의 압력에 못 이겨 반부패헌장을 비준했지만 이들의 입법 과정은 허술하고 시행 방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민주체제가 출범한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정당들의 자금 유통이 불투명해 금권 정치의 여지가 남아 있고, 필리핀에서는 지난 2002년지방선거에서 약300만명의 유권자가 어떤 형태로든 보수를 받는 등 동아시아 지역의유권자 매수행위가 큰 문제로 지적됐다.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특히 페루는 정당 자금법이 미비한데도 의원들이 지난 2002년 이를 보강한 새 법안을 거부하고 오히려 정당과 후보들이 자금 모금 실적을 보고할 필요가 없도록 후퇴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TI가 지목한 이밖의 부패 지도자들과 축재액은 다음과 같다. ▲4위= 사니 아바차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1993-1998년 재임. 20억-50억달러) ▲5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1989-2000. 10억달러) ▲6위= 장 클로드 뒤발리에 아이티 전대통령 (1971-1986. 3억-8억달러) ▲7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1999-2000. 6억달러) ▲8위= 파블로 라자렌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1996-1997. 1억1천400만-2억달러) ▲9위= 아르놀도 알레만 전 니카라과 대통령(1997-2002.1억달러) ▲10위= 조셉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 (1998-2001. 7천800만-8천만달러) (런던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