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의 급속한 유입을 타고 외국인이나 외국계 금융기관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능력이 `과대 포장'된 것이 아니냐는 경계의 시각과 함께 성과를바탕으로 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 은행, 증권, 투신 등 금융업계에서 1∼2명에 불과하던 외국인이나 외국계 금융기관 출신 CEO가 금융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과정에서 외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부쩍 늘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외국인과 외국계 금융기관 출신 CEO가 절반을 넘어섰다.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씨티은행의 한국투자금융그룹 대표, 한국기업금융그룹 부대표, 아시아.라틴아메리카지역본부 임원, 한국소비자금융그룹 대표 등을 거친 뒤 2001년 한미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로 다시 한미은행장을 맡게 돼 `씨티맨'이 잠깐외도했다가 친정으로 복귀한 셈이 됐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영국 뱅커스 트러스트 서울지점에 입사한뒤 8년간 근무했으며 최동수 조흥은행장도 미국 체이스맨하탄 서울지점 부지점장과 호주 웨스트팩은행 서울지점장 등을 거쳤다. 뉴브리지캐피탈이 인수한 제일은행의 코헨 행장과 론스타가 인수한 외환은행의팰런 행장을 합하면 8개 은행 중 국민(김정태), 하나(김승유), 신한(신상훈)을 제외한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나 외국계 출신 CEO다. 35개 증권사(외국계 지점 제외) 중에도 브릿지(윌리엄 대니얼), KGI(창칭유앵),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티모시 헴스), 푸르덴셜투자(크리스토퍼 쿠퍼), CLSA코리아(데이비드 코터키오) 등 5개 회사의 CEO가 외국인이다. 또한 도기권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시티은행 타일랜드 소매금융부문 사장), 임성근 도이치증권 사장(홍콩 자딘플레밍 펀드매니저), 강찬수 서울증권 사장(미국 BT올펜손은행 상무), 황성호 제투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씨티은행 소비자금융부 지역본부장) 등도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잔뼈가 굵었다. 32개 투신운용사 사장 중에도도 농협CA(필립 바체비치), 신한BNP파리바(리차드발롱티), 조흥(로이홍), 프랭클린템플턴(마이클 리드), 하나알리안츠(오이겐 뢰플러)등 5명이 외국인이고 최홍 랜드마크 사장(베어스턴즈증권)과 김동진 PCA 사장(JP모건체이스은행)은 외국 금융기관 출신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들이 외국의 선진 금융기법을 국내 시장에 접목시키는 효과를내고 있다고 보면서도 막연한 기대감에 따른 과대 평가를 경계했다. 양만기 자산운용협회 회장은 "외국인이나 선진국 금융기관 출신 CEO들은 특정분야의 높은 전문성으로 선진 기법을 국내 시장에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외국인 CEO들은 금융시장에서 특수상황 발생시 부담을 나눠갖기를 꺼리면서도 결과물만 따먹으려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외국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해서 영업환경과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도 반드시 뛰어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외국계CEO에 대한 막연한 과대 평가보다 일정한 검증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토종' CEO들도 실력으로 무장한 만큼 철저히 성과를 바탕으로 비교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