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과거 정부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으로 인해 떠안았던 분식회계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상선의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17일 감사보고서를 통해 "현대상선이매출채권, 공기구비품 등 총 6천220억여원을 재무제표에 과대 계상했다"며 "이를 전기 결손금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지난 2002년 이전에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분식회계를 한 것을 인정한 것이다. 현대상선 노정익 사장도 18일 주주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회계감사에서 불확실한 부분에 대해 결손금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했다"고 밝혀 분식회계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그러나 2002년말 `대북송금 파문'이 불거지면서 현대상선은 불가피하게 분식회계를 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밝혀온 터라 파문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사장이 이날 서한에서 "외부감사인이 감사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을 냄으로써 분식회계 의혹을 궁극적으로 모두 해소했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낙관론에 따른 것이다. 즉, 지금까지 제기됐던 각종 의혹을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밝힌 내용들로 마무리짓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분식회계가 회계법인에 의해 공식 확인함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그룹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금강고려화학(KCC)측이 계속 추가 의혹을제시하고 있어 사태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CC측이 제시한 5대 의혹 가운데 일부가 액수만 다를 뿐 사실로 드러나고 이달초 발표한 지난해 경영실적도 실제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 경영진의도덕성에도 흠집이 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상당수의 소액주주들이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KCC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룹 경영권 싸움에도 분식회계 논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대북송금에 연루되면서 어쩔 수 없이 분식회계를 한 것을이번 기회에 모두 털어냈다"며 "노 사장이 조만간 분식회계 탈출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