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당선자의 이라크 주둔 스페인군 철수 선언을 계기로 이라크전과 테러와의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스페인간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 간부들은 스페인 국민이 14일 총선에서 미국의 긴밀한 동맹이었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가 이끄는 정당에게 패배를 안겨 테러조직에 양보를 했다고 비난한 반면 사파테로 총리 당선자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대재앙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파테로 총리 당선자는 특히 17일 유엔이 평화유지 임무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않는한 1천300명의 이라크 주둔 스페인군을 철수할 것이란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유세기간에 미국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져 공화당을 더욱 자극했다. 공화당 출신의 데니스 해스터트 미 하원의장은 스페인은 정권교체를 통해 테러위협에 양보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해스터트 의장은 "대(對) 테러정책을 강력히 견지하고, 자국내에서 큰 테러사건을 경험했던 국가가 정권교체를 선택했는데 이는 어떤 점에서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양보"라고 비난했다. 해스터트 의장의 강경발언은 스페인 총선 결과가 테러리스트들을 고무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과도 크게 대조되는 것이다.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공화)도 "스페인 선거는 알 카에다의 위대한 승리"라고 꼬집었고, 톰 딜레이 하원 공화당 대표도 사파테로 총리 당선자는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 이라크가 중심에 있다는 미국의 입장을 신뢰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파테로 총리 당선자는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 미국의 `충격과 공포'전략을 비난하고, 이라크 점령을 `재앙'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스페인군의 이라크 철수문제에 대한 논의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것이냐는 질문에 "부시 대통령의 말을 청취하겠지만 나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고 단호하다"면서 철군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폭탄이나 `충격과 공포' 전략 그리고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동원해 테러와 싸우는 것은 테러리즘을 격퇴시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면서 "이는 과격주의만을 양산하게 하고, 폭력사용의 유혹만 증가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테러는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면서 "이 문제는 유럽과 국제사회가 반드시 논쟁을 해야만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총선에서 10석의 의석을 확보한 카탈루냐 지방을 근거로 한 지역정당인 `집중과 연합'은 사파테로 당선자의 철군 방침에 동조했다. 사파테로 총리 당선자는 특히 선거운동 기간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케리후보가 승리하기를 희망했으며, 이라크전 발발 전에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및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의 아조레스 군도 정상회담의 정신은 끔찍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스페인 총선결과는 부분적으로 스페인 정부가 마드리드 연쇄 테러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항의의 뜻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스나르 총리가 이끄는 보수정당이 선거에 패한 것은 마드리드 테러사건을 처음에는 바스크 분리주의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이후 사건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않은것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비에르 루페레스 미국주재 스페인 대사는 아스나르 총리 정부는 마드리드 테러사건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했으며, 정부는 결코 거짓말을 한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워싱턴.마드리드 AP=연합뉴스)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