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경영권을 둘러싼 SK와 소버린자산운용간 다툼은 지난 12일의 주총결과,SK측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대기업 그룹의 경영권 탈취라는 사상 초유의 시도는 일단 무산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년여를 끌어 온 SK와 소버린의 대결구도는 아직 끝난 게 아니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 주총을 대비해야 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이번 사태는 다른 기업도 언제든 비슷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려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적잖은 시사점을 남겼다고 본다. 일각에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소버린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SK가 사외이사 비중을 70%로 높이는 등 파격적인 개선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소버린이 강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란 점에서 그런 평가가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사외이사 비중을 그처럼 높이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 현실에 과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도 않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소버린측 요구로 이번 주총에 상정됐던 집중투표제는 더욱 그렇다. 투기자본이 급증한 상황에서 이 제도는 견제 차원을 넘어 경영권 장악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SK는 여전히 경영권 위협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고,바로 그런 현실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이번 주총에서 버텨내긴 했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55%에 육박하고 있어 앞으로의 전개양상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경영권 위협과 국제자본의 투기적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은 역시 기업경영의 체질 강화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왜 이런 사태까지 이르게 됐는가를 돌이켜보면 국내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해진다. 기업회계의 투명성 제고,주주 중시의 경영,기업경영 시스템의 선진화 등 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되돌아봐야 할 점이 분명히 있다. 출자총액제한제와 이에 따른 각종 의결권 제한,산업자본의 은행주식 소유제한 등의 환경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국제 투기자본의 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전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경련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재계가 리더십을 발휘해 금융기관들과 공동으로 사모펀드를 만들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응해 달라"고 했다. 그것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결과라면 규제부터 풀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