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관료사회 '아마쿠다리(天下り)'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마쿠다리'란 상부의 일방적 지시에 의한 인사란 뜻으로 우리나라의 '낙하산 인사'에 해당한다. 관료가 퇴직 후 자기 부서 산하 기관이나 법인의 장으로 취임해 군림하는 오랜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8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출석,"사무차관(차관급)이 자동적으로 자기 부서관할의 특수법인이나 독립행정법인에 낙하산 인사로 재취업하는 것이 허용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못박았다. 그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전날 37년간 재무부 출신이 사장직을 독점해온 관행을 깨고 내부 인사를 새 사장으로 내정한 데 대해 "매우 만족한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앞서 지난 5일에는 9개 금융기관장 중 8명이 관료 출신인 현실을 지적하면서 "그런 임명은 이번으로 끝이다.이 사람들이 그만두면 차관출신이 기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재무부(전 대장성)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겨냥했다. 후생노동성이 산하 독립행정법인인 고용능력개발기구 이사장에 전직 사무차관을 선임한 것과 관련해서도,"단기간 내부 인사가 맡는 것을 허용하겠지만,이후에는 전직 차관은 기용해서는 안될 것이다.후생성과 독립행정법인은 반성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일본 신문들은 최근 총리의 거듭된 '낙하산인사 반대' 언행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 및 산하기관 구조개혁의 방향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4월 총리 취임 직후 당시 현안이던 정부계 금융기관 개혁을 언급하면서,관할 부서인 재무부의 안이한 낙하산 인사가 부실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2001년 12월에는 공무원제도개혁 대강에 공무원 능력등급제 도입과 함께 퇴직 관료 낙하산 인사의 국무회의 사전승인제를 포함시켜,견제장치도 마련했다. 일본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 퇴직관료의 재취업 현황을 보면,2003년 한햇동안 퇴직한 1천1백28명 가운데 공익 및 특수법인,인가법인,독립행정법인 등으로 나간 관료는 4백78명(45%)에 이른다. 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