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9일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관련,"검찰은 저에 대한 수사를 하루속히 마무리짓고 국법에 따라 사법처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인적으로는 참담한 심정이지만 이 상황에서 제 몸을 던져 불행한 과거와 단절을 이뤄내는 일이 제게 남아있는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선자금에 대한 이 전 총재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세번째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은 검찰 수사의 불공정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탄핵정국에 놓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격도 담겨 있어 주목을 끌었다. 이 전 총재는 "저나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대선자금과 같은 과거청산 문제는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짐으로써 깨끗이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감옥에 가겠으며,노 대통령은 대의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노 대통령의 동반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지난 8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발표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그는 "무엇보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대선후보였던 저와 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총선 이후로 연기한 결정"이라고 지적한 뒤 "만약 검찰이 노 대통령과 형평을 고려해 저에 대한 사법처리를 연기하는 것이라면 검찰이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또 "5대 그룹의 경우 검찰이 지난 5개월동안 수사한 결과가 '7백 대 36'이라면 이것을 과연 공정하게 수사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것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당일에 30억원이 새로 발견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검찰의 불공정 수사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총재는 이밖에 "검찰은 기업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기업인들이 경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모든 불미스러운 일은 제가 감당하고 가겠으니 한나라당도 뼈를 깎는 자기 혁신으로 기필코 환골탈태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