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미국이 아랍사회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강요할 경우 `폭력과 무정부 상태'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라고 5일 경고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 날짜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 회견에서 자국의 민주주의 모델을 아랍세계에 주입시키려고 하는 국가에게는 알제리의 폭력상황이 좋은경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알제리의 경우를 예로 들며 "급속한 민주주의와 자유는 한 국가에 지진과같은 막대한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는 1992년 선거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의 압승이 예상되자 군이 개입해 선거를 무효화했으며, 이후 세속정부와 이슬람 세력간에 저강도 내전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파멸과 무정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외부로부터 강요된 모델을 따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 미국의 개혁구상에관해 구체적 설명을 듣고 "우리의 참여가 없이는 미국의 구상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경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미국의 `대(大)중동구상'과 관련, 유럽 주요국가들의 의견을청취하고 아랍권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순방에나섰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다음달 10일부터 14일까지 워싱턴을 방문, 중동 민주화 구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시급한 역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미국의 `대중동구상'과 관련해 미국과 이집트가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개혁은 내부로부터 단행돼야 하며 외부에서 미리 만들어진개혁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아랍국가들의 특성을 감안해 안정적인 속도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집트를 비롯해 사우디 아라비아, 시리아, 요르단 등 아랍국가들은 미국의 중동개혁안이 역내 국가들과 사전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는데 우려와 불만을 표시하고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