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국회예산처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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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개청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 국회예산정책처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행정부가 독점했던 예산 편성과 집행을 감시해 국가 예산이 낭비없이 효율적으로 쓰일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를 벤치마킹한 예산정책처가 스스로의 역할을 '나라살림 지킴이'라고 규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본다.
국회에 예산심의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전문성이 부족한 의원들이 정부가 편성한 예산의 효율성을 따지기는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그나마 정치일정에 쫓긴 주먹구구식 심의가 다반사였고,의원들이 해당 지역구 민원사업을 끼워넣으며 예산을 늘리는데 앞장섰던 것도 현실이었다.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싱크탱크가 의원들을 도와준다면 전근대적 수준이었던 예산심의가 한단계 향상되고,더 나아가 정치싸움의 장으로만 여겨졌던 국회가 정책대결의 장으로 변모할수도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러운 일이라 볼수 있다.
그러나 국회예산처가 자칫 정치에 휘둘릴 경우 그 부작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파성이 강한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나라 예산이 효율성보다는 정치력에 따라 배분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이 기구는 정치적인 사업이나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을 반영하는 통로 구실에 그칠 것이란 우려이기도 하다. 예산정책처가 정치권으로부터의 철저한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최광 초대 예산정책처장도 독립성과 중립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정치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기관장의 말이나 의지가 아니라 어떤 형태든 분명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산정책처가 국회의 힘을 빌려 권력기관으로 군림할 경우 행정부 기획예산처와의 마찰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행정비용의 증가도 적지않을 것이다.두 기관이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예산의 비효율이 없어지고 낭비가 줄어들수 있다.그래야만 어렵게 탄생한 예산정책처가 나라에 보탬이 되는 조직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