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 분양권값이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들어 지난해 '10·29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전의 가격을 회복하는 단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반면 기존 아파트는 지난 1월 설을 전후해 한단계 상승한 뒤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강남권에선 분양권값이 기존 아파트값 상승을 선도하는 경향이 있어 집값 상승세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대형 분양권 품귀 최근들어 강남권에선 40평형대 이상 중대형 평형 분양권값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2차 44평형 로열층은 11억5천만원을 호가한다. '10·29대책'이전의 10억원선을 훌쩍 넘어섰다. 10·29대책 이후엔 한때 8억8천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조합원 동호수 추첨 이후 크게 올랐다. 인근 K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세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하다"며 "그러나 매물이 워낙 귀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45평형 로열층 분양권값도 15억원선으로 10·29대책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개포동 LG자이 분양권도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48평형이 10억5천만∼11억5천만원선이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안된다"고 전했다. 10·29대책 이전 13억원을 호가하던 도곡동 도곡주공1차 43평형 로열층 분양권값은 한때 11억원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현재 13억원선에 거래된다. 삼성동 쌍용플래티넘 57평형 로열층의 분양권값은 열흘 전 8억원에서 현재 8억5천만원으로 뛰었다. ◆양도소득세가 가격 상승 불러 일선 중개업소들은 매물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도소득세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분양권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파오S의 곽창석 상무는 "두배 가까이 차익을 남긴 분양권 소유자들이 수두룩하다"며 "이들이 세금이 무서워 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매물 부족이 가격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없다보니 작은 매수세에도 가격이 급등한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소형평형의무비율로 대형 평형 새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도 가격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강남권에서 40평형대 이상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분양권외엔 없는 실정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