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이라크 정부가 유엔의 금수조치를 어기며 거래하던 외국 기업들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리베이트를 챙겨 외국은행 계좌를 통해 은닉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9일 폭로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 국민 수백만 명이 굶주림과 질병에 허덕이고 있을 때 이라크의 고위 관료들은 석유 거래업자 등으로부터 리베이트로 받은 현금을 서류 가방에가득 채워 사무실에 보관하기도 했다는 이 같은 사실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들이 제공한 정부 서류와 회계기록을 인용해 보도했다. 서류 중에는 후세인의 핵심 부관들이 유엔의 눈을 피해 각종 거래에서 리베이트를 챙기는 공식적인 구조를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포함돼있다. 유엔은 지난 1990년 걸프전부터 이라크에 대해 전면적인 금수조치를 단행했으나지난 1997년 식품과 의약품을 사는 목적에 한해 석유수출을 허용하는 이른바 `오일포 푸드(Oil-for-Food)'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후세인 정권은 이로부터 3년 후인 2000년 유엔이 석유 수출 한도도 해제해 수출물량이 연간 100억 달러에 달하자 조직적인 리베이트 수수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0년 8월3일 '긴급 보안'이라고 표시된 부통령 발신 명의의 편지는 상급위원회가 `오일 포 푸드' 프로그램으로부터 더 많은 비율의 리베이트를 원한다며 이 액수를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의 이라크 은행 계좌로 비밀리에 넣었다고 각료들에게알리고 있다. 이라크의 금수조치 위반은 오랫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2년전 미의회 회계감사원(GAO)은 이라크에서 이뤄지는 석유 밀거래 규모가 연간 9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석유회사들은 이라크가 너무 많은 대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불평해왔고 후세인의헤픈 씀씀이는 그가 제한 없이 현금을 만질 수 있다는 증거로 여겨지기도 했다. 후세인 정권의 부패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집권 당시에는 알기 어려웠으나 최근 들어 당시 정부 서류가 공개되면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정치적 지지의 대가로 계약을 허용하거나 포상하는 이런 정책으로 종종 후세인정권은 쓸모없는 저질 상품을 제공받기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도통치위는 이라크가 유엔의 `오일 포 푸드' 프로그램을 통한 8억 7천만 달러규모의 계약을 통해 공급받은 물품 가운데 70% 는 가격이 부풀려졌으며, 10% 는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의 은행을 통해 리베이트로 지급하도록 계약된 것이었다고추산하고 있다. 이런 비율로 본다면 이라크는 리베이트 시스템이 구축된 지난 2000년 중반부터이뤄진 326억 달러 규모의 대외 거래를 통해 23억 달러의 리베이트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라크 무역.석유부 관리들이 밝혔다. 실제로 과도통치위 구성 이후에도 미군정은 시리아가 이라크에 5천700만 달러어치의 밀을 판매하기 위해 15%의 리베이트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무역.석유부는 또 이라크가 지난 2000년10월 이후 원유 수입국에 웃돈을 부과해2억2천800만 달러를 걷고, 추가로 5억4천만 달러를 더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후세인 정권때 무역석유부 재무국에서 근무하다 현재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샴키 파라지는 "리베이트의 대부분은 현금으로 지급됐다"며 "사람들이 청사로 서류가방을 들고 오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기자 chaehe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