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5일 교육부의 '2.17 사교육대책'의 후속방안으로 보충수업과 이동수업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자 학부모들은 대부분 사교육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반면 학원가에서는 연이어 터지는 정부의 사교육 대책에 `학원을 고사시키려는 것이냐'는 강한 반발과 함께 `총선용 사탕발림'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서울시 교육청의 공교육 정상화 방안의 골자는 다음달 시작되는 새학기부터 오후 10시까지 학교에서 보충수업 등 방과후 교육활동을 진행한다는 것과 학교 사정에 따라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것. 현재 공식적으로 오후 10시 이후 학원이 강의를 할 수 없게 돼 있어 시교육청의 이같은 발표는 학원가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학부모 `일단 환영' = 사교육비를 직접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후속대책에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사교육비 경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의 이강선 대표직무대행은 "이번 대책은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하면서 "방과후 수준별 보충수업은 빈부, 지역차에 따른 교육환경을 조성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반색했다. 고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양천구 목동의 학부모 최영임(46)씨는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다른 때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것이 안심이 된다"며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학원을 보내지 않고 강남 학생들과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또 학생들의 학습능력에 따른 수준별 보충수업을 하겠다는 방안도 공교육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선 고교에서도 시교육청의 공교육 정상화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 종로구의 A고교 교사는 "학교를 학원화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지방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을 감안하면 시교육청의 방안은 실효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원가 `초긴장'..학교 학원화 비판 = 정부의 잇따른 공교육 살리기 정책이 역으로 사교육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학원가와 학부모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강남 케이스학원의 최정국 이사는 "방과후 10시까지 보충수업을 한다고 하는데 과연 강남의 학부모들이 이를 수용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학부모들은 학교수업과 차별화된 특화된 수업을 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원들은 이미 반마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모아 우열에 맞춰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는데 정부의 `깜짝쇼'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학교에서 학원의 강의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라는 주장이다. 대치동의 B학원 관계자는 "수준별 이동수업과 단계별 수업은 `재탕, 삼탕'인 정책"이라며 "그럴 바에야 아예 고등학교를 수준별로 차등을 주는 게 낫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교에서 수준별 수업을 한다면 현실적으로 젊은 교사들을 우수반에 배치할 경우 보수적인 교원사회에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전교조 하병수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전체적으로 사교육을 잡겠다는 일념에 학교을 학원화하고 공교육에 지나친 경쟁논리를 도입하는 것 같다"며 "자칫 공교육이 파행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교총의 한재갑 대변인은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라고 하지만 사교육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않은 보충수업 연장은 낮시간의 수업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난 속에서도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예상외로 강력하자 학원가는 초긴장 상태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강남지부 정철은 부회장은 "협회차원에서 궐기대회 등 집단적인 대응을 구상하고 있다"며 "교육감의 임기가 끝나는 5~6월까지 기다리다 차기 교육감에게 강력한 요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치동 C학원 이모 원장은 "학원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중"이라며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모두 학원 때문이라고 책임전가를 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곡동의 D학원 강사는 "학교교사는 수업을 망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지만 학원강사는 수업을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매장'당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에 대한 태도와 수업의 질이 다를 것 아니냐"며 "총선용 달래기 정책이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학원에 `중독'된 학부모들에 기대를 거는 학원들도 상당수다. 화곡동의 E학원 원장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 준비가 되지 않은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한다며 학생들을 잡아둔다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학부모가 학교에 동의서를 써주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조성현기자 hskang@yonhapnews eyebrow76@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