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명문 국립대학 중 하나로 손꼽히는 히토쓰바시대학이 법인 전환을 앞두고 와세다대학의 세키 쇼타로 부총장(74)을 경영협의회의 멤버로 삼고초려 끝에 모시기로 해 화제다. 히토쓰바시대학이 세키 부총장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는 세키 부총장이 와세다의 살림살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 준 솜씨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 히토쓰바시대학은 모든 국립대학을 오는 4월부터 독립행정법인으로 전환하는 일본 정부 방침에 따라 독립채산제로 살림을 꾸려갈 것에 대비,상아탑의 개혁 대가로 소문난 세키 부총장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 것이다. 와세다대학 상학부를 졸업한 세키 부총장은 94년 재무담당 이사로 와세다에 몸 담기 전까지 증권계에서 일했던 증권맨 출신의 최고경영자였다. 지금은 SMBC증권에 흡수되고 없는 야마타네증권의 마지막 사장으로 기울어가는 회사의 경영 재건을 위해 분투하던 경영인이었다. 그러나 오쿠시마 다카야스 전 와세다대학 총장의 간청으로 모교에 돌아온 그는 낭비와 비능률에 허덕이던 대학 재정에 과감히 메스를 대 근육질로 탈바꿈시키며 교단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창립 1백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학부를 신설하고 교사를 새로 짓는 과정에서 94년 3백90억여엔까지 늘어났던 와세다대의 부채는 그가 살림 지휘봉을 잡은 후 2백억엔까지 줄었다. 방만하고 부실하다고 손가락질받던 대학 재정상태는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최상위 바로 밑 등급(AA+)을 받을 만큼 눈부시게 탈바꿈했다. 살림살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는 모든 경비를 5%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한 후 수도꼭지의 물살이 너무 세다며 수압을 낮추라는 지시까지 내릴 정도로 강도 높게 개혁을 밀어붙였다. 일정 금액 이상의 물품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여러 곳의 견적을 함께 받도록 했다. 히토쓰바시대학은 일본 국립대학 중 상경계에서 특히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학교지만 살림살이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데는 경영 마인드로 무장한 외부 전문가의 고견과 쓴 소리가 절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