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들어선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 한햇동안 경제는 어떠했는가. 5% 성장을 목표로 출발한 경제가 3%를 넘기기 힘든 것으로 추정되고 그나마 기대하지 않았던 수출 호조가 없었다면 마이너스 성장이 됐을 수도 있다는 보도까지 있고 보면 노무현 정부 첫해의 경제성적은 결코 좋은 점수는 아니다. 북핵 문제,사스 발발, 일기불순 등 불가항력의 요인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낮은 성적이다. 무엇이 경제를 이렇게 어렵게 했는가. 지난해의 경제는 특히 소비와 설비투자가 매우 부진했다. 소비 부진의 한 요인은 개인 신용카드를 포함한 가계부채 문제이다. 이는 신용카드회사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됨과 동시에 소비를 적잖이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금융시장은 안정의 가닥을 잡은 듯하나 전체의 20%를 넘는 가구가 신용불량의 상태에 있어 당분간 내수 회복의 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앞 정부에서 넘어온 문제이기에 성적에 반영하기에는 불공평한 면이 있다. 다만 인기를 염려한 부적절한 경제정책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교훈으로 삼을 필요는 있다. 문제는 백화점 매출의 급감에서 보듯이 소비 위축이 특정 소득계층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또 다른 현상은 설비투자의 극심한 위축이다. 설비투자는 생산시설을 확충해 경제성장에 이르게 하는 중요한 항목인데 이것이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있는 설비를 갉아먹은 셈이다. 투자가 부진한 것은 한마디로 기업들이 장래의 이익 창출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장래가 불확실한 것이다. 기업의 기술력이 쑥쑥 신장해 신제품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면 적잖은 불확실성도 감당할 수 있으련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지난해 경제당국은 투자부양을 위해 많은 애를 썼지만 효과의 징후는 별로 없다. 해외시장을 상대하는 일부 대기업에만 조금 효과가 있을 뿐이다. 투자부진 문제의 근원이 경제를 둘러싼 커다란 불확실성 때문이며 경제정책으로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의 경우에도 상당한 부분이 여기에 기인한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반복되는 노사분규이다. 노사는 공생의 입장에 있기에 분명히 그 관계가 생산적이고 전향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 손해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사회는 극심한 집단이기주의의 표출이 일상화되고 있다. 강한 주장은 손해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나라 전체에 번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이다. 이런 일에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것은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최종 중재자로서의 정부 의지와 능력은 중요한 경제환경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소홀하면 혼돈은 커지며 그로 인해 생성된 불확실성은 경제를 짓누르게 된다. 그러므로 협상에서는 룰과 페널티가 되도록 분명히 지켜져야만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이것이 매우 모호하게 됐다. 경제질서의 혼돈은 경제에 관한 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문제이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올 길이 없다. 아무리 의욕적인 프로젝트와 로드맵을 만들고 추진해도 그리 될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대처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 다른 큰 문제는 정치권의 혼돈이다. 정치세력간의 작용 반작용이 일으키는 불확실성을 경제는 피하지 못한다. 정치적 목적에 집착하게 되면 중요한 경제사안이 뒷전으로 미뤄지기도 하고 고비용 비효율의 체제를 초래할 선심성 경제정책도 있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주체가 몸을 사리게 마련이고 경제는 침체의 늪에 오래 머물 수도 있다. 올해는 보다 안정적인 경제환경을 기대해 보지만 꽤나 혼란스러운 게 현실이다. bsyoo@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