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마침내 국내 품귀 현상으로 번져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제때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생산과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공장을 가동하면 적자가 나더라도 현금을 융통할 수 있지만 시중에 원자재의 씨가 마르면서 아예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바람에 은행 이자를 갚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한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중소 주물업체들의 주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의 경우 국제 수입가격이 2개월 만에 t당 1백16달러 이상 폭등했으며 국내산 선철 등 철강재의 경우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30%까지 인상됐다. 더욱이 세계 철강수요 증가와 중국의 수입 급증으로 물량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어서 국내 철스크랩 시장은 심리·투기적 요인으로 인한 수급 불안의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과 수급 차질이 유발된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의 '매점'에 있다. 또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좀더 기동성 있게 대응했더라면,다시 말해 중국이 원자재를 싹쓸이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국제시장 동태에 민감하게 대처했다면 지금과 같은 심각한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원재료 구매 부담 증가로 자금 압박까지 받고 있지만 원가 상승분을 납품가격에 반영시키지 못해 채산성까지 악화되는 3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전자 등 주요 수출품목의 경우 완제품 원가 구성에서 부품 및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출 주력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원자재 파동마저 고스란히 떠안는다면 상품 수출로 버티고 있는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원자재 파동이 확산되자 수급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기동,니켈,알루미늄 등 중소기업의 수급에 애로가 있는 품목에 대해 비축물량 방출을 당초 계획보다 80% 이상 확대하고 정부 비축 재고를 점차 늘려 나가기로 했다. 또 중소 수출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확대,주요 수입 원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빚어지고 있는 원자재 파동은 근본적으로 중국 경제의 과열과 세계경기 회복 기대감에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투기 수요가 가세해 초래된 것이어서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추가로 확대해 주요 수입 원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를 취하기로 했지만 대상 품목과 인하 폭을 업계가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더욱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중간재 및 완제품보다 관세가 높거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관세를 잠정적으로 무세화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자원외교를 강화하고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을 위해 원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공동 구매함으로써 가격 인상분을 최소화하는 한편,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단가에 원자재 인상 가격이 반영되지 않는 형편을 감안해 가격 현실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임가공에 의한 수출로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우리 경제는 이번에 원자재 가격 급등 사태를 맞아 다시 한 번 구조적 약점을 드러냈다.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회복세와 중국 경제의 급성장이 맞물린 상황에서 일어난 국제 원자재 파동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적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단기적인 대책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