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포털.커뮤니티.게임포털.쇼핑 등 그간 서로나눠져 있던 인터넷 업계의 여러 영역들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급속히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다하는' 쪽으로 몰려가면서 분야구분은 물론 국경을 넘어 외국에서도 국내 닷컴 기업들이 서로 '전방위 난타전'을 벌이는 초경쟁(mega competition)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플레너스[037150] 게임포털 넷마블은 19일 중국 최대의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sina.com)과 제휴해 중국내 게임포털 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넷마블의 이번 중국 진출은 날로 급성장하는 중국 인터넷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이면서 동시에 게임포털계의 라이벌인 NHN[035420] 한게임의 중국 시장 선점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승부수다. 지난해 말 홍콩 최대의 통신업체 PCCW 계열사와 게임포털 합작법인 'NHN PCCS'를 세운 한게임은 상하이(上海)를 기점으로 '한게임 차이나' 서비스를 올 상반기안에 시작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나닷컴 왕완(汪延) 최고경영자(CEO)는 제휴 조인식에서 한게임 차이나를 지목해 "중국내 게임포털 사업에서 우리의 유일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강한 경계심을나타냈고 한게임도 돌연한 넷마블의 출현에 대해 "사실 우리도 시나로부터 제의를받았지만 PCCW를 택한 것"이라고 밝히는 등 양쪽은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게임과 넷마블은 일본에서도 NHN 재팬과 넷마블 재팬을 세워 게임포털 시장을놓고 정면 대결하고 있다. 게임포털 경쟁은 국내에서도 날로 치열해져 지난해 네오위즈[042420]가 피망으로 한게임ㆍ넷마블과 함께 '3강'으로 올라선 데 자극받아 넥슨ㆍ엔씨소프트[036570]등 게임 전문업체들과 포털사이트 네이트닷컴 등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17일 게임포털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은 대규모 롤플레잉 게임, 캐주얼 게임 등 자사 게임 30여종의 1천500만명 가입자 기반에다 메신저.아바타.클럽 등 커뮤니티 지원기능까지 더해 현재 3강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국내 메신저 서비스 1위인 MSN메신저와 손잡고 지난달 게임포털 'MSN 게임팅'을출범시킨 엔씨소프트는 메신저상에서 곧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을 통해 MSN메신저의 두터운 사용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달 게임포털을 시작하는 네이트닷컴은 하나의 게임 종목에 여러 개발사의 게임들을 동시에 입점시켜 서로 경쟁시키는 동시에 기존 게임포털들보다 수익분배를개발사에 더 유리하게 해 풍부한 게임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웹젠[069080] 등 온라인게임 전문업체들의 텃밭이던 대작 온라인게임 분야에서도 NHN.다음[035720] 등 포털업체들의 도전이 거세다. NHN은 제작진 70여명, 개발비 100억원이라는 엄청난 물량을 투입해 제작중인 롤플레잉 게임 '아크로드'로 현재 이 분야의 정상인 '리니지2'를 단숨에 쓰러뜨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롤플레잉 게임 '라키아'와 1인칭 슈팅게임 '바이탈싸인'을 서비스하고 있는 다음 자회사 다음게임도 자사 게임을 PC방에 영구히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어길 경우1억원을 배상하겠다며 보험까지 가입하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가입자 확보에 나서고있다. 10개 가까운 업체들의 격전장인 포털사이트 분야에서도 플레너스가 '마이엠'으로 새롭게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포털업계의 기존 강자들을 마이엠이 따라잡을 수 있을지회의적인 관측이 적지 않으나 플레너스는 올해 90억원으로 예상되는 마이엠 부문 적자를 감수하면서 연말까지 50억원 이상의 마케팅비를 마이엠 띄우기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쇼핑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음은 쇼핑몰을 독자 브랜드 '디앤샵(d&shop)'으로 개편해 포털과 함께 양대 성장엔진으로 삼고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으며 경매전문 사이트 옥션[043790]도 일반 쇼핑몰과 같이 고정가격 판매방식을 내달 도입해 다음 등의 공세에 맞서기로 했다. 이같은 영역파괴ㆍ무한경쟁 현상은 지난 수년간 인터넷 기업들이 각자 분야에서다양한 사업모델 발굴 노력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검증을 거쳐 이익을 내고 있는 수익모델들을 다른 기업들도 방치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기업 핵심역량에 맞는 선택과 집중 대신 '몰려가기.따라가기' 식의 행태는 결국 전체 업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모델 개척을 젖혀두고 검증된 분야에만 몰리면서 과잉경쟁에 따른 마케팅비 부담 급증 등으로 전체적인 수익률 저하는 물론 쓰러지는 기업들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네오위즈 박진환 사장은 "경쟁은 언제나 환영하지만 이것저것 돈만 되면 닥치는대로 다 한다는 발상은 문제"라며 "'인터넷 혁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므로 아바타처럼 인터넷에서만 가능한 혁신적인 새 사업모델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