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골프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선수들을 두고 현지 골프전문가들이 '젓가락의 승리'라는 해석을 내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고도의 손가락 운동을 하는 젓가락질이 세심한 플레이가 요구되는 골프와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손재주가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데 섬세한 작업을 필요로 하는 우리 반도체산업과 귀금속 세공 분야가 단기간 내 세계 정상에 오른 것도 젓가락 때문이라고 한다. 난자에서 '배아(胚芽) 줄기세포'를 복제해 일약 세계적인 과학자로 발돋움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성공의 한 요인으로 젓가락 문화를 꼽아 또 한번 관심을 끌고 있다. 황 교수는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세한 난자의 핵을 집어내는 민감한 작업에 성공한 것은 손재주 덕분인데 그 바탕은 바로 젓가락"이라고 단언하며 "쇠젓가락으로 콩 집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한국인뿐"이라고 강조했다. 젓가락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양 3국이 사용하는데 그 역사는 정확하지 않다. 중국에서는 은나라 때 청동제가 사용됐고 우리나라에는 벼농사가 전래되면서 젓가락이 일반화됐다고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4백년쯤 뒤진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식생활이 달라 크기와 모양은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은 튀김 음식을 각자 덜어 먹기 때문에 젓가락이 길고 뾰죽하며,일본은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아 식사하기 편하게 뭉뚝하고 짧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중국 일본의 나무젓가락과는 달리 쇠젓가락을 사용해 음식을 집는 데 힘이 정확히 전달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음식을 알맞게 찢고 자르고 모으고 흐물흐물한 묵도 집어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젓가락의 우수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젓가락은 포크 사용의 두배가 넘는 30여개의 관절과 50여개의 근육이 함께 작동해 지능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젓가락이 집중력과 근육조절 능력을 향상시킴은 물론 EQ(감성지수)도 높여준다고 하니 밥상머리의 어린아이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젓가락 사용을 권장해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