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씨가 모았다는 '사모펀드 6백53억원'의 실체는 무엇일까. 당초 스스로 '민경찬 펀드'가 존재한다고 밝혔던 민씨가 경찰 수사에서 진술을 번복,모금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경찰 역시 아직까지 이 펀드의 실체를 캐내는 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펀드의 실체가 계속 미궁에 빠져 있다. '총선용 자금' 또는 '당선 축하금'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긴 했지만 펀드의 존재를 입증할 근거로는 민씨의 진술만이 유일한 상황에서 민씨 스스로 진술을 번복함에 따라 펀드의 존재를 입증할 실마리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펀드 실체 파악의 '필요조건'인 투자자들이 경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아 '민경찬 펀드'는 애초부터 민씨가 날조한 허구가 아니냐는 시각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6일 '펀드가 있을 가능성은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발견된 펀드의 실체는 하나도 없다"는 말로 펀드의 존재 가능성을 최소화 했고,여전히 '민경찬 펀드는 없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물론 경찰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경찰이 '권력형 비리'를 덮기 위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경기도 이천에 민씨가 건립을 추진해 온 이천중앙병원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민경찬 펀드'는 이 병원을 짓기 위해 모은 돈이 아니었느냐는 정황이 그나마 유일한 단서가 되고 있다. 경찰은 민씨의 사기 행각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제보도 기다렸지만 이마저도 현재까지는 확인된 게 없는 상황이어서 '민경찬 펀드'의 실체는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단서는 민씨와 주변인물들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다. 민씨 스스로 '투자금은 동업자들의 여러 계좌에 있다'고 주장한 만큼 민씨의 사무실과 자택 등에서 나왔다는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는 펀드의 실체를 밝혀줄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경찰 역시 이런 민감성을 의식한 탓인지 이날부터 계좌추적에 나선다는 내용은 언론에 공개하면서도 누구의 계좌인지 등에 대해선 결과가 나온뒤 공개하겠다며 함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