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인 측면에서 인류의 남녀 조상은 각각 약6만년 전과 약 1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다며 현생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지지하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지난 80년대 이후 고고학계는 인류의 기원 문제에 대해 '아프리카기원설'과 '다지역기원설'로 나뉘어 있다. '아프리카기원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약 30만년 전 멸종,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호모사피엔스가 각 대륙으로 퍼져나갔다는 입장이고 '다지역기원설'은 현생 인류가 각 대륙에서 네안데르탈인들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진화했다는 입장이다. 미국 템플대 존 앨런 파울루스 교수가 2일 ABC 방송 칼럼에서 소개한 바에 따르면 유전학자이자 저술가인 스펜서 웰스는 자신의 신작 도서 '인류의 여행(The Journey of Man)'에서 남녀 조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최근 아프리카에 살았다고 주장했다. 웰스는 하버드대 유전학과 교수인 리처드 르원틴 등 저명 유전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인용, 모계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고려해 보면 현 여성들의 조상은 약 15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이라고 밝혔다. 또 부계유전되는 Y 염색체를 가진 남성의 조상도 약 6만년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웰스는 특히, 저서에서 여성 조상인 '아프리카 이브'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가지 비유를 사용했다. 그는 우선 수천년전 한 작은 마을을 상정하고 이 마을 가족들의 요리법이 어머니에게서 딸로만 전수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이후 요리법은 딸들의 손을 거치면서 수백 가지 방식으로 변형되고 때로는 사고나 질병, 여자 자손이 없어 거의 모든 최초의 요리법과 그것들의 변형 요리법은 전수되지 못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마지막에는 이 마을에 최초의 요리법 1가지와 이것의 많은 변형 요리법만이 존재한다. 이제 이 마을을 아프리카에, 요리법은 인간 게놈에, 딸들에 의해 전수된 1가지 최초의 요리법은 이브의 유전적 구성에 대치시키면, 모든 미토콘드리아 DNA가 15만년전에 살았던 '아프리카 이브'에게 귀결되는 것처럼 모든 변형 요리법은 1가지 최초의 요리법에서 나오게 된다.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이브'를 추적한 것처럼 Y 염색체를 통해 '아담'을 추적할 수도 있는데, 웰스는 아버지에게서 아들로만 전수되는 사냥의식을 이용해 유사한 결론을 도출해 냈다. 웰스는 만약 '다지역기원설' 주창자들이 이 비유를 뒤집기 위해 변형된 요리법과 사냥의식이 이웃 마을에서도 나타난다고 주장할 경우, 이것은 사람들이 특정 시점에 고향 마을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웰스는 또 요리법과 사냥의식이 분명 다른 비율로 변화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이브와 아담이 반드시 동시대에 살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