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재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뤄온 작가 송은일(40)이 독특한 제목의 장편소설 "도둑의 누이"(문이당)를 펴냈다. 책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중견 여성화가 임로사의 미친 듯한 예술혼에 실린 가족사의 비밀을 30대 중반의 여자주인공 한선재의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낸다. "도둑의 누이"는 선재의 이야기이자 그의 어머니인 임로사,나아가 할머니의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다. 옛날 이야기같은 이들 집안의 가족사에는 여자들이 가문의 맥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던 한과 상처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재는 북악산 근처에서 갤러리 찻집 "회랑"을 운영하며 화가인 엄마 임로사의 그림들을 관리한다. 그녀의 오빠 한선묵은 회랑옆에서 "제이엠 기획"을 운영하며 비밀금고와 보안시스템 관련 일을 한다. 임로사는 가끔 딸에게조차 폭력을 휘두르는 발작적인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그림에 관한한 남다른 재능을 가진 인물.그녀는 집안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집안의 내력과 그녀 자신이 이를 듣고 꿈속에서 본 것들을 주로 그림으로 표현한다. 뉴욕에 소개된 임로사의 그림은 반응이 좋아 화첩을 찾는 사람들의 사람이 점차 많아진다. 한편 이 즈음 인터넷에는 도둑 "신비인"이 인기를 모은다. 금고털이범인 그는 양로원과 재활원,보육시설등에 익명으로 거금을 투척하는 "현대판 의적"으로 인터넷에는 그의 팬카페까지 생겨난다. 선재는 신비인이 오빠 한선재일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지만 도둑을 추적하는 형사 유장건과 미묘한 사랑에 빠져든다. 작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세상과의 끈을 놓치지 않고 나름대로 출구를 모색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삶에 대한 이해와 따스한 시선을 표출한다. 작가는 "이전까지는 여성작가로서의 틀에 많이 갇혀 있었지만 이 소설을 쓰면서 내 세계가 넓어진 느낌이다. 앞으로는 여성적 삶보다는 넓은 시야을 갖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