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를 면회하기 위해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남부경찰서까지 30여km를 걸어간 형제들의 사연은 아버지가 시켜서 둘러댄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모(13)군 형제를 보호하고 있는 안양보육원 관계자는 "형제들에게 확인해보니아버지가 시켜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하며, 아이들이 언론 보도 뒤 극도의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난 22일 오후 3시께 동생(11)과 함께 닷새전 할인매장에서 옷과 식료품 등 18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서울 남부경찰서를찾았다. 김군은 당시 근무중이던 경찰관이 어떤 일로 왔느냐고 묻자 "아버지를 만나러왔다. 안양에서 몇시간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군 형제를 만났던 경찰이 `설을 가족과 함께 지내자'는 취지에서 사연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이야기는 와전되기 시작, 형제의 집에 쌀이 떨어지고 수도관이 동파된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당시 경찰이 소개해 준 교회 관계자 역시 "집에 쌀이 10kg 정도 남아 있었지만아이들이 가스레인지를 무서워해 밥도 못해먹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8년전 부인과 별거한 뒤 2년전 이혼해 두 어린이는 사실상 돌볼 가족이 없는 처지다. 한편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과 달리 김군 형제는 지난 24일에도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된 아버지를 면회하지 않았다고 구치소측은 밝혔다. 따라서 김군 형제가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는 데다 구치소 면회도 없던 것으로 확인돼 현재로선 보육원 관계자의 전언만이 유일한 `단서'지만 수감 중인 김군의 아버지나 형제의 `고백'이 있어야만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형제의 사연을 처음 소개했던 남부서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아이들의 처지가 딱하게 됐다"며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모금한 성금3천여만원은 보육원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