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모금 혐의로 검찰에 구속수감된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이 지난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만난데 이어 구속직전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인지(認知) 사실을 잇따라 밝히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노 후보 캠프의 `금고지기'였던 이 의원은 2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직후 노 대통령 당선자에게 1억원 이상 후원한 기업 및 후원액이 적힌 내역서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끝나고 노 당선자와 단 둘이서 오찬을 한 자리에서 새정부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나올때 `참고하십시오. 후원금을 낸 기업들입니다'라며 A4용지를 건네자 노 당선자가 `많이 도와줬네요'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11월 7일 정대철(鄭大哲)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자금 문제는 이상수 의원의 전결사항이었기 때문에 얼마가 들어왔고, 어디로 나갔는지 잘 몰랐고, 선거후 대통령과 함께 보고를 받았다"고 밝힌 것에 비쳐 볼때 노대통령이 이 의원으로부터 최소한 두차례 이상 대선자금 관련 보고를 받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당시 이 의원으로부터 선거회계 내역의 큰 덩어리들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그러면서 "일단 구두보고를 통해 노 대통령은 대강의 상황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때 문서도 함께 전달받았는지 여부를 불분명하다"고 말해 실제 노 대통령이 기업후원금의 구체적인 내역을 보고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권내에선 이 의원이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이처럼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인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자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일단 궁지에 몰린 이 의원이 우회적으로 `구명'을 호소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왜 대선때 금고지기를 맡아서.."라고 한탄했던 이 의원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절대위기의 기로에 서서 노 대통령을 향해 마지막 카드를 내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이미 이 의원은 `내가 다 짊어지고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이 27일 기자들과 만나 "내가 책임지고 고통받겠다는 입장이지만 나에 대한 평가가 우리 캠프로 이어져 한나라당이랑 똑같이 규정지어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한 것도 솔직한 성품의 이 의원이 대선자금 문제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인지 부분을 곁들인 것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을 뒷받침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