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검찰이 손길승 SK 회장에 대해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지난 대선 당시 여야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재벌그룹 총수 및 구조조정본부장급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는 잣대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손 회장에게 98년 SK 계열사였던 ㈜아상(옛 선경목재)에 2천492억원을부당 지원한데 이어 98년 4월부터 2002년 8월까지 SK해운 돈 7천884억원을 선물거래에 투자하고 99∼2002년 법인세 382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손 회장에 대한 신병처리는 이사회 동의를 얻지 않고 금융권에서도 위험하기로정평이 나있는 선물투자를 감행해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이상 이를 그냥 묵과할 수 없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손 회장을 소환한 직후 "다른 기업과는 죄질이 다른 것같다"고 언급하면서 이미 손 회장에 대해 전격적으로 신병처리가 이뤄질 수 있음을이미 예고한 바 있다. 손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됨에 따라 지난 대선 당시 여야 정치권에 불법대선자금을 제공한 재벌그룹 총수 및 구조조정본부장급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는 잣대로 작용할지 여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검찰은 손 회장이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현금으로 100억원을 제공한혐의는 보강조사를 거쳐 기소 단계에서 추가하겠다고 밝히면서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다른 기업들도 손 회장의 기소 시점에서 일괄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 회장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1차례 구속기간 연장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늦어도 오는 28일을 전후로 손 회장을 기소해야 하기 때문이 이즈음에는 다른 재벌총수 등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까지 함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보인다. 또 일괄 사법처리가 이뤄지는 단계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여야 각 캠프에 제공된불법자금의 전모까지 자연스럽게 공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또한번 정치권을 강타할 `핵폭풍'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도 가급적 1월말까지는 기업에 대한 수사를 끝마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바 있어 손 회장의 신병처리를 계기로 사실상 정치권 유용 의혹을 제외한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찰이 내주중 SK를 제외하고 정치권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삼성,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의 총수나 구조본 사장급 임원에 대한 공개소환 계획을잡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간표'를 감안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그간 경제상황을 고려해 수사 협조 정도 및 불법자금 제공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에 대해서는 신병처리를 가급적 자제하고 불구속 기소 수준에사법처리를 매듭짓겠다는 선처 조건을 우회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권에 제공된 불법 대선자금의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손회장의 경우처럼 재벌그룹의 배임이나 횡령 등 `심각한' 경영비리가 포착된 재벌총수 및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는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다. 검찰은 특히 그간 "불법자금의 출처가 된 기업 비자금 등도 분명한 수사대상"이라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온 바 있어 기업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는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