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어나 전세계 이머징마켓에서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실적 호전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의 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우리증권이 MSCI 자료를 분석한 결과 MSCI지수 편입종목을 기준으로 한국증시의 EPS 증가율은 39.8%로 조사 대상 44개국 가운데 세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SCI 한국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시가총액 상위사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61개이다. 올해 EPS 증가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분석된 나라는 독일로 46.8%에 달했다. 스웨덴(43.5%) 한국(39.8%) 필리핀·대만(32.7%) 폴란드(31.6%) 순이다. 선진국 증시를 제외한 이머징마켓에서는 한국의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는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예상 실적과 지난 6일 주가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4배로 브라질(6.1배) 인도네시아(7.7배) 파키스탄(8.1배) 등과 함께 최하위권이었다. 특히 GDP 교역규모 시가총액 등에서 한국보다 뒤처지는 필리핀(11.6배) 멕시코(12.7배) 헝가리(9.8배) 태국(10.1배)보다도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한국증시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는 것은 북핵리스크 기업지배구조문제 잦은 경기변동 등 여러 원인이 있다"면서도 "국내 투자자들의 비중이 낮은 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신영투신 주식운용팀장은 "외국인 매수만으론 국내 증시가 재평가 받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기관의 시장참여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