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남부 한국인 피격 사망설의 진위여부가 이틀이 지나도록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대사 임홍재)은 이라크 남부지역에서 한국인 한 명이승합차를 타고 가다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소식을 지난달 31일 접한뒤 이틀째 사실확인 작업을 벌였으나 한국인 사망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1일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이틀이 지나도록 한국인이 사망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지않고 있으나 한국인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추가 확인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인 피격 사망설의 윤곽이 드러나고, 이틀이 지나도록 사망 한국인의시신 존재 여부 등 구체적인 물증이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이 사건이 사실이 아닐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이틀간의 확인 결과, 이라크 남부에서 한국인 한 명이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맨 처음 전한 사람은 이라크 남부 디카르주 모 정당의 경비책임자인것으로 드러났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 경비책임자는 `바스라주의 움카스르에서약탈자들이 기아자동차 밴을 타고 가던 한국인 한 명을 살해한 뒤 차량을 빼앗아 나시리야로 달아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교전을 벌였으며 이들은 차를 버리고 도망쳤다'고 연합군측에 신고했다. 이 신고는 나시리야 주둔 루마니아 대대 정보장교에게 처음 접수돼 이탈리아군을 거쳐 서희부대측에 전달됐다. 또 이같은 소식이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에 전해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현지 한국기자들에게도 포착돼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31일 오후 이 소식이 처음 바그다드에 전해졌을 당시엔 한국대사관과 언론 등여러 경로로 같은 내용이 거의 동시에 전해져 신빙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라크 내부에 독자적인 취재시스템을 갖춘 알 자지라와 알 이라키야 등아랍 방송들도 `한국인이 피격돼 사망했다'고 보도, 이라크인들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곧 확인될 수 있을 것 같던 한국인 사망설은 루마니아 대대정보 장교가정당 경비책임자를 직접 조사하면서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 경비책임자는 처음 신고 때와는 말을 바꿔 "사망자가 한국인인지, 동양인인지 확실하지 않다", "자동차도 기아 밴이 아니라 핸들이 오른쪽에 달린 일제 도요타였다"고 진술했다. 또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말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루마니아 대대와 이탈리아 여단 등 연합군측은 이같은 조사를 토대로 한국인 사망설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에서도 이같은 소식을 전해듣고 그 경비책임자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 행방을 찾고 있으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국대사관측은 한국인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지 경찰과 연합군측을 통한 다각적인 확인작업도 벌여왔으나 아직까지 한국인 사망과 관련한 어떠한 정보도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인 한국인이 사망해 시신이 병원 등으로 옮겨졌을 경우, 현지 경찰이나 연합군측에 그 사실이 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시신의 소재에 대한 정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밖에 남부 바스라와 바그다드 주재 한국 교민들이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되고, 이라크에서 가족이나 직원이 행방불명됐다는 한국인들의 신고도 전혀 없어 한국인 피격 사망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대사관측은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추가 확인 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조만간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사망설에 대한 신빙성은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그다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